기존 주차장 면적, 대형 SUV 이용에 부적합
차량 크기가 주차장 면적 넘치는 경우도
국내 시장에서 대형 SUV의 인기는 뜨겁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팰리세이드는 지난 5월까지 3만대 넘게 팔려나갔다. 월 평균 5000대는 팔린 셈이다. 연초 2만5000대로 잡았던 연간 생산량 목표치도 9만5000대로 상향됐다.
대형 SUV의 인기는 수입차에서도 꾸준하다. 올해 6월까지의 수입차 누적판매량 4위에 포드 익스플로러가, 10위에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가 뽑혔다. 두 차종 모두 대표적인 수입 대형 SUV다. 하반기 신모델 출시도 예고됐다. 포드는 익스플로러 풀체인지를, 폭스바겐은 3세대 투아렉을, 메르세데스-벤츠는 GLE 3세대를 선보인다.
한국GM도 오는 9월 대형 SUV 트래버스를 출시한다. 이에 앞서 8월 중형 픽업트럭 콜로라도도 선보인다. 주말 가족과 여행, 레저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며 대형 SUV가 시장의 관심을 얻었고 이러한 관심은 픽업트럭으로도 확대될 것이라는 게 한국GM의 노림수다. 내년에는 초대형 SUV 타호도 국내에 내놓을 방침이다.
넓고 넉넉한 승차·적재공간으로 대형 SUV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문제는 주차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주차장 규격 확대를 골자로 한 주차장법 시행령을 공포하고 시행에 나섰다. 1990년 이후 2.3x5.0m에 머물렀던 주차장 규격은 2.5x5.0m로 폭이 넓어지게 됐다. 다만 이 시행령은 신규 건축물에 적용될 뿐, 기존 건축물에까지 적용되지는 않는다. 구축 아파트 등에서 주차장 면적 확대가 이뤄지기도 쉽지는 않다. 가뜩이나 부족한 주차장이 더 줄어드는 결과를 낳기 때문.
차량 크기를 감안하면 기존 규격은 물론 확장된 새 규격도 비좁기는 매한가지다. 차량 크기만으로 주차장을 꽉 채우는가 하면 주차장 면적을 넘기기도 한다. 힘겹게 주차에 성공하더라도 남는 공간으로는 문을 열기조차 버겁다.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4.98x1.97m의 덩치를 자랑한다. 포드 익스플로러 2.3은 5.04x1.99m,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4.59x2.07m 크기이고 한국GM 트래버스도 5.19x1.99m, 콜로라도는 5.40x1.94m 크기다. 익스플로러와 트래버스, 콜로라도는 차를 주차장에 딱 맞게 대더라도 앞뒤로 튀어나오게 된다. 차 문을 열고 내리려면 통상 0.56~0.60m의 여유 공간이 필요하다. 국내 건물과 주차장 대부분이 2019년 3월 이전 지어졌음을 감안하면 차량 대부분은 한쪽당 15cm 남짓한 여유 밖에 갖지 못하는 셈이다. 차 문의 두께를 감안하면 사람이 타고 내릴 수 있는 공간은 더 줄어든다. 진입구부터 비좁은 낡은 빌딩의 지하주차장, 차량이 빽빽하게 들어선 대형마트 주차장, 구축 아파트 주차장 등에 대기에는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차의 본고장인 미국의 주차장 면적은 2.7×5.5m”라며 “국내에서 대형차량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사용 환경은 열악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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