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4대 금융지주가 소란스럽다. 포화되고 있는 국내 은행업을 벗어나 추가 성장을 위한 동력 마련에 분주하다.2019년 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현황을 살펴보고 이들이 제시하는 미래의 모습을 조망해 봤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 사진=KB금융지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 사진=KB금융지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사진)이 쫓기고 있다. 2019년 신년사를 통해 “압도적인 리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최근 신한금융그룹에 밀리는 모양새다.

압도적 리딩금융그룹을 위해서는 그가 연초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한 공격적 인수합병(M&A)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보)과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로 거대해진 조직에 ‘KB 마인드’를 심어줘야 하는 것도 윤 회장의 과제다.

9일 KB금융지주에 따르면 윤 회장은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의 최고경영자(CEO)로 2014년 11월 취임했다. 2017년부터는 KB금융 회장직만을 수행하고 있다. 임기는 내년 11월 만료된다. 현재 국민은행 CEO는 허인이다.

윤 회장은 2019년 경영방침 중 하나를 ‘임직원과의 소통’으로 잡았다. 연초 국민은행 노조는 1월 8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상태였다. 노조는 물론 M&A로 새로 직원들이 합류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추스를 필요가 있었다.

그는 올 들어 12회의 타운홀 미팅을 열고, 두 달여 만에 계열사 직원들 600여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만남 장소로 각 계열사의 휴게실과 카페 등을 선정했다. 윤 회장은 타운홀 미팅에서 경영 전략을 소개하고 직원들의 고민을 청취했다. 이뿐 아니라 참석하지 못한 직원들을 위해 유튜브를 통한 실시간 중계 및 질의응답도 했다.

윤 회장은 올해 사업 영역을 넓혀가면서 리딩그룹으로서 경쟁 우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연초 신년사에서 “은행은 압도적인 1위를 지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쟁자와의 격차를 벌리고 증권 카드 손보는 업권 내 수위 자리를 놓쳐선 안 된다”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뜻도 분명히 했다. 윤 회장은 “그룹의 자본 여력을 활용한 비은행 금융사 M&A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그룹의 취약한 부분인 생명보험사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 기업투자금융(CIB) 확대, 금융상품 판매 활로 다변화 등을 목표도 내세웠다.

윤 회장은 “올해는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초격차를 만드는 원년”이라며 “KB금융의 더 큰 미래를 향해 다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노사 구분 없이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윤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먼저 가장 큰 경쟁 상대인 신한금융그룹을 뒤쫓아 가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신한지주는 2018년 3조1567억원의 지배주주지분 순이익을 거두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KB금융의 3조689억원보다 878억원 앞서면서 ‘1위’ 자리를 빼앗았다. 올 1분기에도 신한금융의 순이익(9184억원)이 KB금융(8457억원)을 앞질렀다.

시가총액(시총)도 밀려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전날 종가 기준 시총이 20조6988억원을 기록했다. KB금융(18조2297억원)보다 많다. 시총 순위는 신한지주가 10위, KB금융이 13위다.

1955년 전남 나주 출생인 윤 회장은 광주상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외환은행 출신인 그는 삼일회계법인, 국민은행 부행장, KB금융 부사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요직을 거쳤다. 작년에 보수로 14억3800만원을 받았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