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탁월한 네이버랩스 유럽
AI 논문 인용 건수 1만건 돌파
'신의 영역' 오른 연구자 3명 보유
그럴 만도 하다. 네이버랩스 유럽은 유럽의 최대 AI 연구소다. 네이버가 2017년 인수한 제록스리서치센터 유럽이 전신이다. 학계에서 ‘신의 영역’에 올랐다고 평가하는 세계적 연구자 세 명 등 인재가 몰려 있다. ‘신의 영역’은 AI 관련 논문 인용 건수가 1만 건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작년 말부터 ‘러브콜’ 보내는 구글
구글은 지난해 말부터 네이버랩스 유럽이 있는 프랑스 그르노블 지역에서 AI 인력을 뽑고 있다. 음성과 이미지 검색 등을 개선하는 데 바탕이 되는 업무를 맡을 연구 과학자를 채용할 계획이다.
구글은 네이버랩스 유럽 인재들에게 이직 제안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로 옮긴 네이버랩스 연구자들은 아직 없지만 네이버는 여전히 긴장하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그르노블 지역은 AI 인력 초봉이 10만달러(약 1억1705만원)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절반 수준”이라며 “하지만 세금, 물가 등을 고려하면 생활 환경이 나쁘지 않아 인재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구글이 네이버랩스 유럽 인재들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이들의 연구 성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네이버랩스 유럽은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고 수준의 AI 관련 콘퍼런스 ‘CPVR 2019’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이미지 기반 측위’ 부문 경쟁에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미지 기반 측위는 촬영된 사진으로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네이버랩스 유럽이 수행한 ‘R2D2’ 프로젝트의 연구 성과다. ‘신의 영역’에 속한 세 명 중 한 명인 가브리엘라 시스카 연구원이 R2D2 연구를 이끌었다. ‘신의 영역’급 다른 두 명은 페이스북 AI리서치센터 소장을 지낸 플로랑 페로닌 연구개발 이사, 머신러닝 분야 전문가 크리스토퍼 댄스 연구원이다. 네이버랩스 유럽엔 세계 학계에서 1000회 이상 인용된 AI 논문을 쓴 연구원도 15명이 넘는다.
구글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네이버랩스 유럽 인력을 탐내고 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라는데
지난 4일 한국을 방문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AI는 인류 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강조했다.
가장 큰 숙제는 인재 확보다. AI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중국 IT업체인 텐센트가 내놓은 ‘글로벌 AI 인재 백서’에 따르면 세계 AI 인력 수요는 100만 명에 달하지만 공급은 30만 명에 불과하다.
네이버와 구글처럼 글로벌 기업들은 기존 인재를 사수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기업에서 인재들을 빼앗아 올 수밖에 없다. 지난달 소니는 기존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깨고 AI 등 첨단기술 분야에 전문능력을 갖춘 신입사원에게 올해부터 최대 20% 많은 연봉을 지급하기로 했다. MS는 교육업체 제너럴 어셈블리와 2022년까지 AI 인재 1만5000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이수영 KAIST 인공지능연구소장은 “글로벌 인재가 몰리는 미 실리콘밸리에서조차 ‘AI’라고 발음할 줄만 알면 채용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며 “한국 내 AI 인력난은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2022년까지 국내 AI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이 9986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석·박사급 인력은 7276명 모자랄 것으로 내다봤다. SK텔레콤이 한양대와 함께 AI 전문가를 양성하기로 한 배경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