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부모님의 이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와글와글 부모님의 이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학업으로 줄곧 결혼을 미뤄오던 A씨는 최근 남자친구와 본격적으로 미래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경제적인 부분부터 성격적인 면까지 남자친구와 어긋남이 없이 잘 맞았기에 A씨는 별다른 문제 없이 결혼을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남자친구와 함께 그리는 미래는 설레고 행복하기만 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남자친구 집에서 갑자기 결혼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A씨가 이혼가정에서 자랐다는 게 이유였다.

상황은 이렇다. 정식으로 인사를 하러 간 자리에서 남자친구의 가족들은 "두 분 다 살아 계시냐"며 A씨의 부모님에 대해 물었다. 이에 A씨는 솔직하게 부모님의 이혼 사실을 알리며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고 했다.

그러자 일순간 흐른 정적. 몇 분 뒤 침묵을 깬 남자친구 부모님의 첫 마디는 "안 된다"였다. 놀란 남자친구가 "뭐가 안 된다는 거냐"라고 묻자 부모님은 "이혼가정은 절대 안 된다"라고 잘라 말했다. 재차 이유를 되물어도 "그냥 안 된다"라는 답만 돌아왔다.

'부모님의 이혼이 내 결혼을 막을 정도의 흠이라니!'

A씨는 이런 상황을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몇 차례 더 집을 방문했다. 그러나 이미 돌아선 마음을 바로잡기가 쉽지 않아 고통스러웠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그런 이유라면 결혼하지 않는 게 낫겠다", "결혼하고 계속해 흠으로 잡힐 것 같다", "나도 반대할 것 같은데", "부모 입장에서는 큰 탈 없이 자랐으면 하는 마음도 있을 법 하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정말 큰 약점이 되더라", "이겨내고 결혼한다고 해도 힘든 생활이 예상된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그런 고정관념이 있어서 어쩔 수 없다", "왜 저런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결혼하냐"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 혼인이혼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은 총 10만8700건으로 전년(10만6000건)보다 2700건(2.5%) 증가했다.

이혼으로 인한 가정의 붕괴와 해체는 한부모 가정이라는 또 다른 가정의 형태를 양산하고 있다. 최근 여성가족부 발표에 따르면 이혼이나 사별, 별거 등의 이유로 탄생한 한 부모가족은 150만 가구가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10가구 중 1가구 이상은 한부모가족인 셈이다.

이인철 이혼전문 변호사는 "부모가 이혼한 것은 자녀의 잘못이 아니다"라면서 "만약 본인이 이혼한 사실을 숨기고 결혼했다면 혼인취소 사유가 될 수 있지만 부모의 이혼여부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 헌법은 연좌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헌법의 취지를 생각한다먼 부모의 어떤 문제를 자녀에게 대신 책임을 묻거나 비난하는것은 위헌적인 생각이다"라면서 "만약 이를 문제삼아 결혼을 반대한다면 차라리 그런 집안과는 결혼하지 않은 것이 나을수도 있다.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주고 그 아픔까지 보듬어줄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떨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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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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