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030이 벤처 생태계 바꾼다…벤처캐피털 세대 교체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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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심사역 절반이 '젊은 피'
2030 창업 벤처 잇단 上場도
2030 창업 벤처 잇단 上場도
▶마켓인사이트 7월 5일 오후 1시41분
국내 벤처기업 생태계에서 2030세대가 주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벤처기업에 자금을 대는 벤처캐피털(VC)의 투자심사 인력 중 절반을 2030이 차지하고 있다. 2030 창업자들이 이끄는 벤처기업도 잇달아 증시를 노크하고 있다.
5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VC에서 신규 투자기업을 발굴·심사하는 인력(투자심사역)은 지난해 말 기준 1001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48.3%(483명)가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전인 2015년 말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30대 투자심사역 비중은 39.6%로 처음으로 40대(33.6%)를 뛰어넘었다. 20대 투자심사 인력의 증가세도 가팔랐다. 지난해 말 8.7%로 1년 새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반면 40대 투자심사 인력 비중은 급감세다. 같은 기간 41.0%에서 33.6%로 줄었다. ‘젊은 피’의 약진은 증시로 이어지고 있다. 이정수 대표(37)가 이끄는 언어 빅데이터업체 플리토가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두고 지난 1~2일 공모주 수요예측(기관투자가 대상 사전청약)을 벌인 결과 사상 최고 수준인 11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30이 돈 모아 2030에 투자…'젊은 눈'으로 新기술 투자처 발굴
벤처캐피털(VC)업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요즘 업계에서 뜨는 인물은 대부분 30대다. 소프트뱅크벤처스를 이끄는 이준표 대표(38), 투자그룹 ‘패스트제국’ 수장인 패스트트랙아시아의 박지웅 대표(37)가 대표적이다.
20대 후반 심사역 현장 누벼
VC업계는 초창기 기업을 상대하는 만큼 원래 인력이 젊은 편이다. 30·40대가 주류다. 40대 투자심사역 비중은 2015년까지만 해도 전체의 절반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30대 심사역 비중이 처음으로 40대를 넘어섰다. 현장을 누비며 투자 대상 기업을 찾아다니는 심사역은 20대 후반, 30대 초반이 대다수다.
이준표 대표는 지난해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 수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자신이 창업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빅사)와 동영상 검색업체(엔써즈)에 투자받은 것을 인연으로 2015년 소프트뱅크벤처스에 합류했다. 이후 쿠팡, 망고플레이트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투자를 이끌고 있다.
박지웅 대표는 2008년 스톤브릿지캐피털 재직 시절 티켓몬스터, 블루홀 등 투자를 통해 이름을 알린 뒤 2012년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창업했다. 초기 의식주 분야에 주로 투자한 패스트트랙아시아는 부동산 분야 ‘패스트파이브’, 교육 분야 ‘패스트캠퍼스’, 금융 분야 ‘패스트인베스트먼트’ 등으로 조직을 키우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의 박상호 이사(39), KB인베스트먼트의 국찬우 이사(38),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정지우 이사(36), 스톤브릿지벤처스의 손호준(35)·이승현(37) 이사도 VC업계의 ‘젊은 피’로 꼽힌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의 변준영 이사(35),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의 이찬호 상무(38), DSC인베스트먼트의 김요한 이사(37) 등도 업계에 이름을 새기고 있다.
시장 트렌드 변화가 빨라진 게 벤처캐피털리스트 세대교체의 배경으로 꼽힌다. 대규모 장비 투자가 필요한 업종에선 여전히 기업 ‘경험’을 중시하지만, 온라인 세상에서 승부하는 사업이라면 ‘아이디어’가 최우선이다. 새롭게 떠오르는 O2O(온라인·오프라인 결합), 핀테크, 가상현실(VR) 등 신사업 분야에선 사용 경험이 풍부한 젊은 층의 판단이 중요하다.
한 VC업체 대표는 “핀테크, 빅데이터 등을 경험하지 못한 기존 세대가 이런 기술과 관련된 기업에 투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투자심사역이 젊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했다. “최종 투자를 결정하기까지는 회사 내 다양한 투자 심사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투자 경험 부족은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분야 창업을 주도하는 이들이 20~30대이기 때문에 투자자 연령대가 함께 낮아지는 흐름도 있다. 같은 학교를 나오거나 같은 업종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돼 투자로 이어지는 사례가 흔하다.
중견기업 2세 중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된 사례도 있다. 조선 분야 중견기업인 선보공업 2세인 최영찬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 공동대표(39)와 메탈장비기업 유니온테크의 2세인 이재우 유니온투자파트너스 대표(35)는 제조보다 투자 현장을 택했다.
투자, 경력보다 전문성
올해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지난해 벤처투자자금은 총 3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지난해 말 전체 투자전문 인력은 1001명으로 7년 전인 2012년(674명)보다 327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VC업계 관계자는 “심사역 인력 수요가 늘다보니 투자 경험이 없는 대졸 신입들도 VC업계에 진출하는 사례가 생겨났다”고 했다.
과거에는 다년간의 투자 경력이 있거나 경영학석사(MBA) 과정 등을 통해 재무분야 전문성을 갖춘 인력들이 업계에 알음알음 진출했다면 최근에는 투자 경험이 없더라도 산업계 경험이나 의약, 약학 등 전문 학력이 있는 젊은 인재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가 몰리면서 의·약대 및 이공계 계열 출신 대졸자, 제약업계 출신의 몸값이 덩달아 뛰기도 했다.
김채연/이고운 기자 why29@hankyung.com
국내 벤처기업 생태계에서 2030세대가 주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벤처기업에 자금을 대는 벤처캐피털(VC)의 투자심사 인력 중 절반을 2030이 차지하고 있다. 2030 창업자들이 이끄는 벤처기업도 잇달아 증시를 노크하고 있다.
5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VC에서 신규 투자기업을 발굴·심사하는 인력(투자심사역)은 지난해 말 기준 1001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48.3%(483명)가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전인 2015년 말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30대 투자심사역 비중은 39.6%로 처음으로 40대(33.6%)를 뛰어넘었다. 20대 투자심사 인력의 증가세도 가팔랐다. 지난해 말 8.7%로 1년 새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반면 40대 투자심사 인력 비중은 급감세다. 같은 기간 41.0%에서 33.6%로 줄었다. ‘젊은 피’의 약진은 증시로 이어지고 있다. 이정수 대표(37)가 이끄는 언어 빅데이터업체 플리토가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두고 지난 1~2일 공모주 수요예측(기관투자가 대상 사전청약)을 벌인 결과 사상 최고 수준인 11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30이 돈 모아 2030에 투자…'젊은 눈'으로 新기술 투자처 발굴
벤처캐피털(VC)업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요즘 업계에서 뜨는 인물은 대부분 30대다. 소프트뱅크벤처스를 이끄는 이준표 대표(38), 투자그룹 ‘패스트제국’ 수장인 패스트트랙아시아의 박지웅 대표(37)가 대표적이다.
20대 후반 심사역 현장 누벼
VC업계는 초창기 기업을 상대하는 만큼 원래 인력이 젊은 편이다. 30·40대가 주류다. 40대 투자심사역 비중은 2015년까지만 해도 전체의 절반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30대 심사역 비중이 처음으로 40대를 넘어섰다. 현장을 누비며 투자 대상 기업을 찾아다니는 심사역은 20대 후반, 30대 초반이 대다수다.
이준표 대표는 지난해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 수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자신이 창업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빅사)와 동영상 검색업체(엔써즈)에 투자받은 것을 인연으로 2015년 소프트뱅크벤처스에 합류했다. 이후 쿠팡, 망고플레이트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투자를 이끌고 있다.
박지웅 대표는 2008년 스톤브릿지캐피털 재직 시절 티켓몬스터, 블루홀 등 투자를 통해 이름을 알린 뒤 2012년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창업했다. 초기 의식주 분야에 주로 투자한 패스트트랙아시아는 부동산 분야 ‘패스트파이브’, 교육 분야 ‘패스트캠퍼스’, 금융 분야 ‘패스트인베스트먼트’ 등으로 조직을 키우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의 박상호 이사(39), KB인베스트먼트의 국찬우 이사(38),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정지우 이사(36), 스톤브릿지벤처스의 손호준(35)·이승현(37) 이사도 VC업계의 ‘젊은 피’로 꼽힌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의 변준영 이사(35),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의 이찬호 상무(38), DSC인베스트먼트의 김요한 이사(37) 등도 업계에 이름을 새기고 있다.
시장 트렌드 변화가 빨라진 게 벤처캐피털리스트 세대교체의 배경으로 꼽힌다. 대규모 장비 투자가 필요한 업종에선 여전히 기업 ‘경험’을 중시하지만, 온라인 세상에서 승부하는 사업이라면 ‘아이디어’가 최우선이다. 새롭게 떠오르는 O2O(온라인·오프라인 결합), 핀테크, 가상현실(VR) 등 신사업 분야에선 사용 경험이 풍부한 젊은 층의 판단이 중요하다.
한 VC업체 대표는 “핀테크, 빅데이터 등을 경험하지 못한 기존 세대가 이런 기술과 관련된 기업에 투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투자심사역이 젊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했다. “최종 투자를 결정하기까지는 회사 내 다양한 투자 심사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투자 경험 부족은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분야 창업을 주도하는 이들이 20~30대이기 때문에 투자자 연령대가 함께 낮아지는 흐름도 있다. 같은 학교를 나오거나 같은 업종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돼 투자로 이어지는 사례가 흔하다.
중견기업 2세 중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된 사례도 있다. 조선 분야 중견기업인 선보공업 2세인 최영찬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 공동대표(39)와 메탈장비기업 유니온테크의 2세인 이재우 유니온투자파트너스 대표(35)는 제조보다 투자 현장을 택했다.
투자, 경력보다 전문성
올해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지난해 벤처투자자금은 총 3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지난해 말 전체 투자전문 인력은 1001명으로 7년 전인 2012년(674명)보다 327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VC업계 관계자는 “심사역 인력 수요가 늘다보니 투자 경험이 없는 대졸 신입들도 VC업계에 진출하는 사례가 생겨났다”고 했다.
과거에는 다년간의 투자 경력이 있거나 경영학석사(MBA) 과정 등을 통해 재무분야 전문성을 갖춘 인력들이 업계에 알음알음 진출했다면 최근에는 투자 경험이 없더라도 산업계 경험이나 의약, 약학 등 전문 학력이 있는 젊은 인재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가 몰리면서 의·약대 및 이공계 계열 출신 대졸자, 제약업계 출신의 몸값이 덩달아 뛰기도 했다.
김채연/이고운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