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자체 가상화폐(암호화폐) ‘리브라’의 백서를 공개한 뒤로 역풍을 맞고 있다. 페이스북 내에서 암호화폐 광고를 금지했던 전적을 들어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 지적당하거나 대규모 집단소송에 휘말리는 등 논란이 인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1월 자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내 암호화폐 광고 금지 정책을 주도했다. 사람들을 현혹시키거나 기만하는 광고 집행을 막겠다는 명목이었다. 페이스북이 주도한 암호화폐 광고 금지 정책은 구글, 트위터까지 확산됐고 암호화폐 시장 침체의 한 요인이 됐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지난해 6월경 돌연 암호화폐 광고 금지조치를 일부 해제한 데 이어 올해 5월부터는 암호화폐 관련 행사나 교육 콘텐츠는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도록 정책을 변경했다. 여전히 암호화폐 공개(ICO)등과 관련된 광고는 사전 승인이 필요한 상태지만 상당 부분 완화됐다.

리브라 코인 발행을 준비해온 페이스북이 타사 암호화폐 광고를 엄격히 금지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5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호주 소송대행업체 JPB리버티는 암호화폐 “광고 금지 정책으로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 입었다”며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에 5000억달러(약587조5000억원) 규모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JPB리버티는 페이스북의 광고 금지 정책을 자사 리브라 프로젝트의 ‘경쟁자 죽이기’로 정의했다. 앤드류 해밀턴 JPB리버티 최고경영자(CEO)는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등의 대형 온라인 광고 기업들은 경쟁사들이 온라인 광고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해서는 안된다. 이는 노골적으로 반경쟁적이며, 독점금지법에 저촉된다”고 일갈했다.
사진=헤데라 해시그래프
사진=헤데라 해시그래프
리브라가 타사 프로젝트를 모방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리브라와 비슷한 구조로 먼저 설립된 기업형 블록체인 프로젝트 헤데라 해시그래프는 리브라 백서가 공개되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고마워 페이스북. 모방은 최고의 찬사야”라는 내용의 전면 광고를 내며 페이스북을 비판했다.

각국 경제계도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국제결제은행(BIS)은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가 데이터를 무기로 단숨에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브뤼노 르 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리브라가 '국가 통화'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강력 비판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바보들만 리브라를 신뢰할 것”이라며 “리브라는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거래 데이터를 활용해 이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연일 높아지는 비판 수위에 리브라의 지갑 서비스를 운영하는 페이스북 자회사 칼리브라의 크리스티나 스메들리 마케팅 총괄은 “리브라 프로젝트에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서비스를 내놓기도 전에 사람들에 배척당하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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