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정년' 앞두고 마지막 투쟁…물병 끌어올릴 힘도 없는 상태
"복직 안되면 살 이유 없어…10일 이후엔 소금·효소도 끊을 것"
삼성해고자 강남역 철탑농성 한달…폭염 속 건강 급속악화
정년 전 복직을 요구하며 서울 강남역 교통 폐쇄회로(CC)TV 철탑에 올라간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60) 씨의 농성이 한 달을 앞둔 가운데 최근 김씨의 건강이 크게 쇠약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7일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해복투)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강남역 사거리 CCTV 철탑에 올라간 투쟁위 소속 김씨의 고공농성이 이날로 28일째를 맞았다.

고공농성보다 먼저 시작한 단식투쟁은 벌써 35일째다.

김씨는 1982년 창원공단 삼성항공(테크윈) 공장에 입사했다.

경남지역 삼성 노조 설립위원장으로 추대돼 활동했다는 이유로 1995년 5월 말 부당하게 해고당했다고 주장하며 최근 몇 년 동안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빌딩 앞에서 복직 촉구 시위를 벌여왔다.

정년인 7월10일을 한 달 앞두고 복직으로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철탑에 올라간 김씨는 강제로 끌어내려질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쓰겠다며 인화물질도 소지한 상태다.

복직투쟁위원회는 의료진을 철탑 위로 보내 김씨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건강 악화를 우려한 의료진 권고로 김씨는 최근 일주일 사이 효소와 소금은 섭취 중이다.

그러나 농성이 길어지고 날씨까지 무더워지며 최근 현기증과 다리 저림을 호소하는 등 기력이 쇠해진 상태다.

물도 의사 권고량(하루 4ℓ)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하루에 물 500㎖ 1병 정도 마시고 있다"며 "도르래로 지상에서 물병을 끌어 올려야 하는데, 도르래를 잡아당길 힘도 없다"고 밝혔다.

해복투는 물론 심리상담사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김씨를 면담하면서 내려오라고 설득 중이나 김씨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씨는 "(정년을 맞는) 10일 이후에는 소금과 효소도 끊을 예정"이라며 "복직되지 않으면 삶을 이어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의 농성이 길어지면서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비정규직 노동자 쉼터 '꿀잠' 등 시민단체도 김씨 돕기에 나섰다.

이들 단체는 농성장 밑에 깔린 매트리스를 보강 설치해달라며 지난달 2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인권위가 구제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강남소방서는 지난 4일 매트리스를 추가 설치했다.

아울러 8일에는 인권위 앞에서 40여개 시민사회 단체가 공동으로 김씨의 투쟁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고 인권위 측에 삼성 노조설립 과정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방침이다.

아직 삼성 쪽에서는 별다른 대응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복투 관계자는 "10일까지 해결되면 좋겠지만 막막한 상황"이라며 "삼성 쪽은 전혀 움직임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