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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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을 겨냥한 수출 규제를 강행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 수출의 핵심 품목인 D램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생산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한·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지만 않는다면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갈등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공급 과잉 국면에 있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제조사가 재고를 소진하고, 생산 차질을 빌미로 가격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정보기술(IT) 소재의 국산화 비중이 높아지면서 국내 소재 업체가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IT 소재 국산화 촉진

솔브레인·SKC코오롱PI·메카로…韓·日 무역분쟁 '반사이익' 기대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3개 소재에 대해 한국에 적용했던 수출 우대 조치를 폐지했다. 이번 조치에 포함된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PI)는 국내 기업들의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지난해 수입한 감광액 중 일본산 비중은 93.2%에 달한다. 플루오린 PI의 일본산 비중은 84.5%, 고순도 불화수소 비중도 41.9%다.

감광액은 반도체 핵심 제조 공정 중 하나인 웨이퍼 위에 회로를 인쇄하는 노광 공정에 쓰이는 필수 소재다. 전 세계 감광액 수요의 90%를 일본 업체들이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공정을 하반기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공정 라인에 쓰이는 EUV용 레지스트는 JSR과 신에쓰화학 등 일본 기업만 생산이 가능하다”며 “기존 포토레지스트는 국내 기업도 생산할 수 있어 이번 수출 규제가 반도체 생산에 당장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분석했다.

도 연구원은 “3D 낸드플래시 생산은 미세 노광이 필요 없어 구형 불화크립톤(Krf) 노광 장비로도 충분하다”며 “동진쎄미켐 등 국내 업체들이 레지스트를 다량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진쎄미켐은 일본 수출 규제 품목인 포토레지스트를 삼성전자 등에 공급하고 있다.

“솔브레인·SKC코오롱PI 등 유망”

이번 갈등을 계기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IT 소재주들이 증시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6조원 규모의 반도체 소재와 부품, 장비 개발비를 투입할 계획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지금까지 해외 의존도가 높았던 IT 소재의 국산화를 앞당기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등은 2020년부터 핵심 소재 일부에 대한 국산화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회로의 패턴 가운데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은 깎아내는 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고순도 불화수소는 일본 스텔라, 모리타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한다. 대체 가능한 소재를 만드는 국내 업체로는 솔브레인 등이 있다. 솔브레인은 일본 스텔라화학과의 합작사인 훽트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한국경제TV 전문가들은 SK머티리얼즈, 메카로, SKC, 케이씨텍 등을 수혜주로 꼽았다. SK머티리얼즈는 일본 쇼와덴코와의 합작법인인 SK쇼와덴코를 비상장 자회사로 두고 있다. 신현식 파트너는 “플루오린 PI는 일본 기업 외에도 국내 기업 중에선 SKC코오롱PI, 경인양행, SK이노베이션 등이 생산할 수 있다”며 “SKC코오롱PI는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은숙 파트너는 히터블록을 만드는 메카로, 연마 소재 등을 생산하는 케이씨텍 등을 추천했다. 김남귀 파트너는 “향후 반도체 생산을 위한 웨이퍼와 블랭크 마스크 소재도 수급이 우려된다”며 웨이퍼 생산용 소모품을 만드는 티씨케이 등을 수혜주로 지목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