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부동산 잣대는?…미래가치를 읽어라"
저평가된 부동산을 고르는 기준은 어떤 것일까. 현재를 기준으로 주변 지역과 비교했을 때 교통과 학군, 편의시설, 접근성 등에 불편함이 없고 가격은 낮은 곳이다. 이 같은 지역 가운데서 향후 큰 변화가 이뤄질 수 없다면 그저 저렴한 곳, 변화가 가능하다면 저평가된 곳이 된다.

2003년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라 도심 재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많은 지역이 이 같은 특성을 보여줬다. 왕십리뉴타운은 과거에도 교통 요지였지만 낡은 주택과 공장이 밀집해 빛을 보지 못했다. 도심과 가까워도 ‘직주근접’이라고 표현하지 않던 곳이었다. 하지만 재개발이 끝나자 재평가가 이뤄졌다. 재개발이란 개념이 지역의 가치를 바꿔놓은 것이다. 왕십리뉴타운 같은 곳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그게 어디인지를 찾아내는 방법이 투자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가장 큰 요인이다.

그런데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게 쉬운 일일까. 부동산 투자에선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 이유로 첫째는 언제가 쌀 때인지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시장 침체는 2013년까지 이어졌다. 정부에서 부동산 관련 규제를 모두 완화할 정도였다. 2013년 4월 1일~2013년 12월 31일 취득하는 일정 조건을 갖춘 주택의 경우 취득 후 5년 동안 양도소득세를 100% 감면해줬고, 1가구 1주택과 일시적 2주택 비과세를 판단할 때는 감면 대상 주택을 거주자의 소유 주택으로 보지 않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부여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은 바닥에서 탈출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폭락론’이 시장을 지배했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언제 사야 하는지’가 아니라 ‘언제 팔아야 하는지’와 ‘팔릴 수는 있을까’를 고민했다. 더 떨어질 것이란 불안감 때문이다. 부동산을 보유하지 않은 것에 위안을 느끼는 이들도 많았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안감에 용기를 내지 못하는 투자자가 많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닥을 노리기보단 언제인지 확인만 하면 된다. 바닥에서 탈출하는 시점에 구입해도 전혀 늦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행동하는 투자자들은 이 시기 정보 수집에 집중했다. 돌이켜보면 당시가 최근 10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가장 저렴한 때였다.

둘째는 언제가 가장 비쌀 때인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서서히 반등을 시도하던 부동산시장은 2015년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졌다. 도심 최대 재개발 단지인 아현뉴타운 3구역의 입주를 시작으로 대규모 단지와 커뮤니티 시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매수세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미분양으로 곤욕을 치르던 돈의문뉴타운과 위례신도시 등의 분양권이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마곡과 마포, 성동, 강남, 송파 등이 시장을 주도하며 급격한 가격 상승도 이뤄졌다. 2016년엔 개포주공 2단지 재건축 청약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흑석뉴타운의 분양 흥행도 이어졌다. 서울 전역으로 상승세가 퍼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부동산시장은 우상향을 거듭했다. 노무현정부 때 만들어진 강력한 규제들이 시장에 다시 쏟아졌다. 양도세 중과세와 분양권·입주권 전매 제한 등의 카드가 나왔다. 이 때문에 ‘똘똘한 한 채’ 바람이 불고 ‘강남 급행열차’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강남이 달리자 마포와 용산, 성동이 뒤따랐다. 당황한 정부는 강력한 금융규제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를 통해 제동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집중도만 더 키웠다. ‘9·13 대책’을 통해 종합부동산세율이 인상되고 임대사업자 혜택이 축소되고 나서야 가까스로 열차가 멈췄다. 그러는 동안 3기 신도시 등 공급확대 정책도 병행됐다.

이 기간에 언제가 가장 비쌀 때였을까. 항상 ‘현재’가 가장 비쌌지만 가격이 상승 곡선을 그릴 때는 팔고 싶은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끝도 없이 오를 것 같기 때문이다. 하락으로 반전하고 나서야 팔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게 사람의 심리다. 그러나 이때는 자신의 매물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시장에 등장하지 않는다.

사고자 할 때나 팔고자 할 때나 최저점과 최고점을 찾으려 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살 때는 조금 더 주고, 팔 때는 조금 덜 받고 팔아야 거래가 원활하다. 저렴한 매물을 찾는 건 투자자에게 당연한 이야기지만 단순히 싼 물건이 아니라 저평가된 물건을 찾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도 계속 저렴하다면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어서다.

전세를 안고 ‘갭투자’를 하는 이들은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은 곳부터 찾는다. 하지만 전셋값은 사용가치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사용가치는 현재의 가치다. 현재의 가치가 높다고 미래 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해당 지역의 전세 거래량이 많고 매매 거래량이 적다면 현재가치만 높다는 의미라는 데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