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체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금호석유화학 선전이 돋보이고 있다. LG화학, 롯데케미칼과 함께 화학 ‘빅3’ 구도를 형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홀로 잘나가는 금호석유화학
7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분기(4~6월) 1400여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2분기(1535억원)보다 10%가량 감소한 수치이지만 지난해 호황에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금호석유화학의 작년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47.5% 급증했다.

다른 화학 업체들과 비교하면 금호석유화학의 실적 호조세가 한층 두드러진다. 업계 1, 2위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4249억원과 356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9.5%와 49.2%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 여파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에틸렌과 달리 금호석유화학의 주력 제품인 합성고무 시황이 좋은 편이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생산하는 에틸렌 스프레드(원재료인 나프타와 가격 차이)는 t당 300달러까지 떨어진 반면 합성고무 스프레드(원재료인 부타디엔과 가격 차이)는 t당 500달러를 웃돌고 있다.

합성고무와 함께 양축인 비스페놀에이(BPA)도 중국발(發) 수요 증가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BPA는 휴대전화에 쓰이는 폴리카보네이트(PC)와 에폭시수지 등 고기능성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의 중간 원료다.

일본이 한국으로의 소재 수출을 규제하면서 금호석유화학의 성장 가능성은 더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규제 대상에 포함된 포토레지스트(감광액)를 금호석유화학이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엔 3차원(3D) 낸드용 포토레지스트도 개발했다. 정부가 소재·부품산업 국산화를 추진키로 한 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