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광모, 미래 먹거리 찾아낼 '별동대장' 키운다
LG그룹이 ‘젊은 사업가’를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산업 격변기에서 LG그룹이 기존의 사업 외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려면 ‘사업가적 역량’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그룹 중 소수의 젊은 인재를 선발해 ‘사업가’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LG가 처음이다. 10년 후 LG가 무엇으로 먹고살지 지금부터 고민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 사업부장’ 육성한다

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인화원은 최근 ‘미래 사업가 육성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LG그룹은 각 계열사에서 사업부장으로 키울 만한 핵심 인재들을 추천받았고, 약 3개월간의 심사 끝에 이들 중 수십명을 육성 대상자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심사 기간 동안 후보자들에게 가상의 도전 과제와 재무제표 등 수치를 제공한 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역량 평가를 했다. 분석력과 판단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육성 대상자를 선발했다.
[단독] 구광모, 미래 먹거리 찾아낼 '별동대장' 키운다
임원급이 아니라 책임급(차장·부장급)이나 초임 팀장 직책을 맡은 40대 초반의 ‘젊은 인재’들을 뽑은 것이 특징이다. 대상자도 재무, 인사 등 스태프 조직이나 연구개발(R&D) 조직이 아니라 사업 조직에 국한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 먹거리’를 찾아내고 시장을 개척하는 사업가들이 LG그룹에 많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선발된 이들은 앞으로 수년간 직무 특화 교육과 경력 관리, 실전 훈련 등을 받을 예정이다.

이전에도 직군별·직책별로 핵심 인재를 관리하는 ‘풀(pool)’은 있었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차기 사업부장 후보’ 육성에 방점을 찍었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글로벌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 삼성전자 등도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GE는 엄격한 관문을 통과한 소수 직원들에게 GE가 당면한 과제를 주고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하도록 하는 ‘액션 러닝’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삼성전자도 이를 벤치마킹해 임원 승진 가능성이 높은 초임 부장들을 대상으로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속도 내는 LG그룹 인사 혁신

구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의 인사 혁신에 속도가 붙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6월 열린 이사회에서 구 회장이 신임 총수로 취임했을 당시 LG그룹은 “구 회장은 그룹 주요 계열사 부회장 6명과 함께 경영 현안을 챙기며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인재 육성’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일찍이 계열사별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한 LG그룹에서 구 회장이 계열사의 세세한 경영 현황을 챙기기보다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그룹 미래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순혈주의를 깨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외부 수혈’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는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을 LG화학 부회장으로, 홍범식 베인앤컴퍼니 대표와 김형남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을 (주)LG 경영전략팀장(사장)과 자동차부품팀장(부사장)으로 각각 영입했다.

글로벌 기업 수준의 인사 육성 체계를 갖추기 위한 수혈도 진행됐다. 이베이코리아 인사부문장을 지낸 김이경 상무를 (주)LG 인사팀 인재육성담당으로 데려온 것이 대표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달 취임 1주년을 맞은 구 회장은 LG그룹 미래는 ‘핵심 인재’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구 회장의 가장 큰 고민도 어떻게 하면 이들이 찾아올 만한 회사를 만드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