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이유
올해는 우리 회사가 창립 30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달 전 직원이 한곳에 모여 창립기념일행사를 열었다. 30년 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지금 팀장으로 일하는 한 직원이 소감을 밝혔다. 30년 전 젊고 패기만만한 신입사원 시절 사진이 화면에 떴다. 그 앞에서 어느덧 장년이 된 팀장이 회사와 함께 성장해온 지난 30년에 대한 소회를 밝히자 우리 모두 눈시울이 붉어졌다. 팀장의 소감은 아직도 진한 여운과 감동으로 남아 있다. 지난 30년에 대한 우리들의 진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사안에 대해 설명하거나 타인을 설득할 때 대개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와 통계 수치를 앞세운다. 그러나 숫자와 근거만으로 누군가를 설득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논리적인 근거는 이야기를 구축하는 요소일 뿐, 그 자체로는 어떠한 감동을 주지 않고 머릿속에 오래 남지도 않는다. 듣는 사람이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이야기가 오래도록 생명력을 유지한다.

좋은 이야기는 듣는 사람 모두에게 감동을 주고 영혼을 살찌운다. 마음을 움직이는 진짜 이야기는 그러나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떤 사안의 근본적인 요소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그 요소가 포함된 삶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이야기만이 강력한 힘을 지닌다. 지난 30년간 회사의 엄청난 성장을 보여주는 화려한 그래프보다 전화기 두 대가 놓인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해 회사에 청춘을 바친 팀장의 ‘진심’과 오래된 사진들이 직원들에게 더 깊은 감동을 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나는 직원을 뽑는 면접에서 항상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당신이 겪은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내가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가 아니다. 자신의 경험과 기억 속에서 이야깃거리를 떠올리고, 그렇게 떠오른 이야기를 자신만의 리듬과 템포로 어떻게 전달하는지 보고 싶기 때문이다. 마케팅이나 영업분야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링’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계리사, 정보기술(IT) 분야라도 이야기를 체득하고 전달하는 능력은 중요하다. 주제를 선택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사안에 대한 이해와 그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 그리고 어떤 가치에 중점을 두는지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져 계속 전달될 때, 그 가치는 우리의 전통이 되고 역사가 된다. 좋은 이야깃거리를 찾고 나누는 것,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