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림양행, 만수르 왕자도 찾는 '허니버터 아몬드' 만들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윤문현 길림양행 대표 인터뷰
아몬드에 허니버터 맛 입혀
해외에서 더 인기…16개국 수출
해외 관광객 마트 구매 1위로
아몬드에 허니버터 맛 입혀
해외에서 더 인기…16개국 수출
해외 관광객 마트 구매 1위로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열린 UAE 최대 스포츠 행사 ‘자이드 스포츠 토너먼트(zayed sports tournament)’ 개막식. 만수르 왕자를 비롯해 왕족과 정부 각료 앞에 과자가 놓여 있었다. ‘허니버터 아몬드’. 경기 광주시 공장에서 만들어진 이 제품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7000㎞ 떨어진 곳까지 날아갔다. 허니버터 아몬드는 해외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마트와 편의점에 들러 이 제품을 사는 게 필수 코스 중 하나로 꼽힐 정도다. 특히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지난해 중국인 방문객이 가장 많이 산 품목 1위에 오른 것도 ‘허니버터 아몬드 피크닉 세트’. 허니버터맛 와사비맛 요구르트맛 등 여러 맛의 아몬드 과자 시리즈를 묶은 상품이다.
100억원 빚더미에서 재기
허니버터 아몬드는 길림양행이라는 회사가 만든다. 1982년 국내 최초로 아몬드를 수입한 길상사가 모태다. 해운회사에서 일하던 윤태원 회장이 1988년 길상사를 인수한 뒤 이름을 바꿨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아몬드와 호두 등을 사와 국내 대기업에 판매했다.
2006년 아들 윤문현 대표(사진)가 회사를 이어받았다. 광주공장에서 만난 윤 대표는 “대기업에 최종 합격해 입사날만 기다리던 스물여덟 살 때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회사를 맡았다”며 “당시 회사 빚만 100억원으로 말 그대로 눈앞이 캄캄했다”고 말했다. 위기를 수습하고 회사를 이끌던 그에게 2014년 기회가 찾아왔다.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이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가 치솟을 때였다.
편의점 GS25가 길림양행을 찾아왔다. “아몬드에 허니버터맛을 입힐 순 없냐”고 물었다. 윤 대표는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만들어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듬해 1월 허니버터 아몬드를 내놨다. 출시 첫달 1억원어치가 팔렸다. 두 달 뒤 15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어 와사비맛 쿠키앤크림맛 티라미수맛 김맛 등 열 가지가 넘는 맛을 개발했다. 연간 9000t 분량의 아몬드를 가공해 16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2014년 649억원이던 길림양행 매출은 지난해 1396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1억원에서 197억원으로 불어났다. 직원 수도 40명에서 약 300명으로 늘었다.
명동에 스토어 내고 외국인 공략
윤 대표는 회사를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사람을 꼽았다. “대기업과 경쟁하려면 같이 일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합니다. 필요한 경험과 능력을 가진 직원을 데려오는 게 곧 경쟁력입니다.” 윤 대표는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이라고 했다.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난해 3월 각 부서의 팀장 9명에게 BMW 3시리즈를 한 대씩 선물했다. 힘든 시기를 함께 버텨온 것에 대한 보답이었다. 지난달 중순에는 여성 직원들에게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호텔에서의 1박2일 호캉스를 선물했다. 직원들의 근무 환경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광주시 오포읍에 있는 사무실을 서울 압구정이나 청담동 등으로 옮기는 구상도 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에 모든 직원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것은 기본이다.
길림양행의 다음 과제는 ‘브랜딩’이다. 초콜릿 하면 ‘페레로로쉐’, 젤리 하면 ‘하리보’가 떠오르는 것처럼 아몬드 과자 하면 누구나 ‘허니버터 아몬드’를 떠올리게 하겠다는 게 목표다.
2016년부터 백순흠 기획개발팀장에게 브랜드 마케팅을 맡겼다. 백 팀장은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제냐의 미국 시장 상품기획자(MD)로 일했다. 윤 대표는 중·고교 동창인 백 팀장을 영입했다.
9월에는 명동역 유니클로 건물 지하 1층에 ‘길림양행’ 플래그십 스토어를 낸다. 굿즈 등 디자인 상품도 기획 중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에서 허니버터 아몬드를 다양한 방식으로 알리겠다는 취지다. 이 플래그십 스토어 공사는 블루보틀 국내 1호점을 시공한 업체에 맡겼다.
윤 대표는 “아몬드 한 톨 안 나는 나라에서 아몬드 제품으로 세계에 진출하고 있다”며 “캘리포니아에 직접 진출해 아몬드 농장과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게 장기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허니버터 아몬드는 길림양행이라는 회사가 만든다. 1982년 국내 최초로 아몬드를 수입한 길상사가 모태다. 해운회사에서 일하던 윤태원 회장이 1988년 길상사를 인수한 뒤 이름을 바꿨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아몬드와 호두 등을 사와 국내 대기업에 판매했다.
2006년 아들 윤문현 대표(사진)가 회사를 이어받았다. 광주공장에서 만난 윤 대표는 “대기업에 최종 합격해 입사날만 기다리던 스물여덟 살 때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회사를 맡았다”며 “당시 회사 빚만 100억원으로 말 그대로 눈앞이 캄캄했다”고 말했다. 위기를 수습하고 회사를 이끌던 그에게 2014년 기회가 찾아왔다.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이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가 치솟을 때였다.
편의점 GS25가 길림양행을 찾아왔다. “아몬드에 허니버터맛을 입힐 순 없냐”고 물었다. 윤 대표는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만들어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듬해 1월 허니버터 아몬드를 내놨다. 출시 첫달 1억원어치가 팔렸다. 두 달 뒤 15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어 와사비맛 쿠키앤크림맛 티라미수맛 김맛 등 열 가지가 넘는 맛을 개발했다. 연간 9000t 분량의 아몬드를 가공해 16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2014년 649억원이던 길림양행 매출은 지난해 1396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1억원에서 197억원으로 불어났다. 직원 수도 40명에서 약 300명으로 늘었다.
명동에 스토어 내고 외국인 공략
윤 대표는 회사를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사람을 꼽았다. “대기업과 경쟁하려면 같이 일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합니다. 필요한 경험과 능력을 가진 직원을 데려오는 게 곧 경쟁력입니다.” 윤 대표는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이라고 했다.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난해 3월 각 부서의 팀장 9명에게 BMW 3시리즈를 한 대씩 선물했다. 힘든 시기를 함께 버텨온 것에 대한 보답이었다. 지난달 중순에는 여성 직원들에게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호텔에서의 1박2일 호캉스를 선물했다. 직원들의 근무 환경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광주시 오포읍에 있는 사무실을 서울 압구정이나 청담동 등으로 옮기는 구상도 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에 모든 직원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것은 기본이다.
길림양행의 다음 과제는 ‘브랜딩’이다. 초콜릿 하면 ‘페레로로쉐’, 젤리 하면 ‘하리보’가 떠오르는 것처럼 아몬드 과자 하면 누구나 ‘허니버터 아몬드’를 떠올리게 하겠다는 게 목표다.
2016년부터 백순흠 기획개발팀장에게 브랜드 마케팅을 맡겼다. 백 팀장은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제냐의 미국 시장 상품기획자(MD)로 일했다. 윤 대표는 중·고교 동창인 백 팀장을 영입했다.
9월에는 명동역 유니클로 건물 지하 1층에 ‘길림양행’ 플래그십 스토어를 낸다. 굿즈 등 디자인 상품도 기획 중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에서 허니버터 아몬드를 다양한 방식으로 알리겠다는 취지다. 이 플래그십 스토어 공사는 블루보틀 국내 1호점을 시공한 업체에 맡겼다.
윤 대표는 “아몬드 한 톨 안 나는 나라에서 아몬드 제품으로 세계에 진출하고 있다”며 “캘리포니아에 직접 진출해 아몬드 농장과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게 장기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