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의 데스크 시각] 전략전쟁의 시작, 한국의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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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생활경제부장
소니, 파나소닉, 아이와(AIWA). 모두 일본 브랜드다.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던 1980년대. 중학생들에게 선망의 아이템이었다. 나이를 먹어 TV를 살 때가 된 1990년대 중반. TV 하면 소니였다. 선명한 화면을 따라갈 브랜드가 없었다. 소니의 트리니트론 기술 때문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미국 TV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에미상을 사람이 아닌, 기술이 받은 최초의 사례를 만든 그 기술이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상황이 달라졌다. 주변에서 일본 브랜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 자리를 삼성전자 LG전자 그리고 애플 등이 차지해버렸다.
美·日·中의 분명한 전략
소니와 파나소닉 등의 자리를 미국에 내줬으면 일본은 그래도 이해할 만했을 것 같다. 일본에서 기술을 전수받고, 부품 소재를 가져다 산업을 일으킨 한국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한국 기업에 밀린 일본 회사들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TV 휴대폰 등의 시장에서 퇴출됐다. 일본 여론은 10년 전부터 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뭔가 일이 일어날 전조였는지도 모른다.
결국 일본은 액션을 취했다. 최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소재 및 부품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 조치가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 총리의 정치적 행위이며, 자유무역 및 정치와 경제의 분리라는 원칙을 위배한 경제대국답지 못한 행위라는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뭔가 찜찜하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면, 치밀한 전략에 따라 하나하나 진행되는 일이라면. 한국은 대처할 전략을 갖고 있는가라는 의문에 도달하게 된다.
모든 국가가 ‘전략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전략 방향이 분명해졌다. 아메리카 퍼스트. 미국의 이익보다 앞서는 것은 없다.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의 조정자 역할 같은 것은 관심 밖이다. 충분한 힘을 갖추기 전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도광양회를 전략으로 삼던 중국은 달라졌다. ‘제조2025’를 통해 초강대국 자리에 오르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단기적으로는 트럼프라는 장벽을 넘기 쉽지 않아 보이지만.
일본은 2009년 국가전략실을 설립하고 장기 전략을 수립했다. 그리고 아베는 아베노믹스와 헌법 개정을 통한 군사적 무장이라는 전략방향대로 나가고 있다. 미국과의 동맹 강화에서 한발 나아가 따라하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일본은 과거에 미국에 당했다. 1970년대부터 일본 제품이 미국 시장을 지배하자 미국은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등을 뉴욕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일본의 팔을 꺾어 엔화가치를 절상시키는 합의서에 도장을 찍게 했다. 플라자합의라고 부른다. 1985년 일이다.
다른 한 축은 기업전쟁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 간 전략전쟁이 치열하다. 이는 단순한 정부 간 전쟁이 아니다. 전쟁의 또 다른 주체가 등장한다. 기업이다. ‘현대전쟁의 승패는 군함과 군대의 수가 아니라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 수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현실이다. 미국은 자신의 전략에 방해가 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화웨이에 포탄을 퍼부었다. 일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대표기업을 전쟁터로 불러냈다. 기업은 국가 전략의 기수 역할을 하는 셈이다.
2019년 여름. 일본이 핵심 소재 및 부품의 한국 수출을 제한함으로써 전략전쟁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사건은 마치 한국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한국은 전략전쟁에 나설 국가 전략을 갖고 있는가. 기업은 그 전략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가.’
junyk@hankyung.com
美·日·中의 분명한 전략
소니와 파나소닉 등의 자리를 미국에 내줬으면 일본은 그래도 이해할 만했을 것 같다. 일본에서 기술을 전수받고, 부품 소재를 가져다 산업을 일으킨 한국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한국 기업에 밀린 일본 회사들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TV 휴대폰 등의 시장에서 퇴출됐다. 일본 여론은 10년 전부터 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뭔가 일이 일어날 전조였는지도 모른다.
결국 일본은 액션을 취했다. 최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소재 및 부품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 조치가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 총리의 정치적 행위이며, 자유무역 및 정치와 경제의 분리라는 원칙을 위배한 경제대국답지 못한 행위라는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뭔가 찜찜하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면, 치밀한 전략에 따라 하나하나 진행되는 일이라면. 한국은 대처할 전략을 갖고 있는가라는 의문에 도달하게 된다.
모든 국가가 ‘전략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전략 방향이 분명해졌다. 아메리카 퍼스트. 미국의 이익보다 앞서는 것은 없다.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의 조정자 역할 같은 것은 관심 밖이다. 충분한 힘을 갖추기 전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도광양회를 전략으로 삼던 중국은 달라졌다. ‘제조2025’를 통해 초강대국 자리에 오르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단기적으로는 트럼프라는 장벽을 넘기 쉽지 않아 보이지만.
일본은 2009년 국가전략실을 설립하고 장기 전략을 수립했다. 그리고 아베는 아베노믹스와 헌법 개정을 통한 군사적 무장이라는 전략방향대로 나가고 있다. 미국과의 동맹 강화에서 한발 나아가 따라하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일본은 과거에 미국에 당했다. 1970년대부터 일본 제품이 미국 시장을 지배하자 미국은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등을 뉴욕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일본의 팔을 꺾어 엔화가치를 절상시키는 합의서에 도장을 찍게 했다. 플라자합의라고 부른다. 1985년 일이다.
다른 한 축은 기업전쟁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 간 전략전쟁이 치열하다. 이는 단순한 정부 간 전쟁이 아니다. 전쟁의 또 다른 주체가 등장한다. 기업이다. ‘현대전쟁의 승패는 군함과 군대의 수가 아니라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 수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현실이다. 미국은 자신의 전략에 방해가 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화웨이에 포탄을 퍼부었다. 일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대표기업을 전쟁터로 불러냈다. 기업은 국가 전략의 기수 역할을 하는 셈이다.
2019년 여름. 일본이 핵심 소재 및 부품의 한국 수출을 제한함으로써 전략전쟁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사건은 마치 한국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한국은 전략전쟁에 나설 국가 전략을 갖고 있는가. 기업은 그 전략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가.’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