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회장엔 면죄부?…이중잣대 논란 부른 원안위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작년 10월 스스로 물러났다. KAIST 초빙교수 시절이던 2015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 용역에 참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서다. 원안위법 제10조 1항은 ‘최근 3년 이내 원자력 이용자 또는 원자력 이용 단체의 사업에 관여한 적이 있으면 결격 사유’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미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더라도 당연 퇴직해야 한다. 이처럼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건 원안위가 원자력 안전을 책임지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 전 위원장 사표를 즉각 수리했다.

작년 말 자유한국당이 새 원안위원으로 추천한 이경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를 둘러싸고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처리의 핵심 분야인 철강제련·공정 전문가이지만 2017년 원전 관련 간담회에 한 차례 참석해 회의비 25만원을 받은 게 논란이 됐다. 원안위는 “회의비 자문료 교통비 등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원자력 이용자단체와 금전적인 이해관계를 갖게 되면 독립성과 공정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 교수 선임을 거부했다.

털끝만큼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을 것 같던 원안위가 달라진 건 지난달이다. 김호철 원안위원 거취를 놓고서다. 최연혜 한국당 의원이 “김 위원이 지난 4월 30일 원자력연구원 토론회에 참석해 50만원을 받았다”고 공개했으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이 참석한 ‘원자력 안전을 위한 열린 토론회’ 초청장 및 포스터는 원자력연구원과 대전시가 공동 주최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기조발표자로 나선 김 위원이 원자력연구원 행사였다는 점을 몰랐을 가능성은 작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원안위는 김 위원을 감싸고 있다. 원안위 관계자는 “김 위원이 대전시 주최 행사로만 알다가 나중에 원자력연구원 명의로 돈이 들어오자 반환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자문료 반환 시점과 관련해선 “자문료 입금은 5월, 반환은 6월로 시차가 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작년 4월 정부 추천 몫으로 원안위에 합류한 김 위원은 특수한 위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을 맡고 있으며, 과거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취소 소송의 대표 변호사를 맡았다.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문료 등 문제로 퇴임한 원안위원 사례가 적지 않다”며 “동일한 법을 갖고 다르게 적용하는 건 이중 잣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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