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고장' 태양광 설비…'10년 뒤 청구서' 누가 감당?
“5년 전쯤 대규모로 설치한 태양광발전 시설에서 10%에 육박하는 발전 손실이 발생하고 있더군요.”

최근 한 발전회사 사장이 “발전사가 운영하는 태양광 시설조차 고장이 잦다”며 한 말이다. 유망 산업으로 떠오를 태양광 유지·보수 관련 신기술을 개발해 새 먹거리로 삼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발전사조차 골머리를 앓을 정도로 태양광 설비의 고장률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분산형 발전시설’인 태양광은 태생적으로 고장에 취약하다. 사시사철 비바람에 노출돼 있어 운영 변수가 많다. 면적이 발전량과 직결되기 때문에 어떤 패널이 고장 났는지조차 알아내기 쉽지 않다. 이중 삼중으로 보호돼 있는 시설에서 수백 명이 상시 근무하는 화력·원자력발전소와 대조적이다.
비바람에 파손된 태양광 패널. /한경DB
비바람에 파손된 태양광 패널. /한경DB
공공기관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의 고장 사례가 속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많게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수리비를 조달하지 못해 흉물로 방치된 태양광 시설도 많다. 서울시가 광진구 청소년수련관에 1억800만원을 투입해 설치한 태양광 시설은 지난해 고장 난 뒤 수리비 1000만원이 없어 그대로 멈춰 있다. 서울 은평구 갈현노인복지센터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도 2017년 고장 난 뒤 수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민간 시설도 예외가 아니다. 설치한 지 불과 1~2년 만에 고장 났다는 사례가 쏟아진다. 정부 시책을 믿고 노후자금을 털어 태양광을 설치했다는 한 노인은 “몇 년 전 설치한 시설의 인버터 30여 대 중 10대가 고장났는데 수리비만 수천만원이 든다고 해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며 “대만 제품이어서 부품을 구하기조차 어렵다”고 토로했다.

10년 뒤에는 최근 설치된 태양광 시설 상당수가 고장 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현장에서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에만 집착한 나머지 고장 수리, 환경 파괴 등 사후 문제에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산림 태양광의 경관 훼손과 환경 파괴 등의 문제가 부각되자 지난해 부랴부랴 태양광 수명(20년) 종료 후 산림 원상 복구 등의 대책을 내놓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미 태양광 발전용으로 여의도(290㏊)의 15배 면적 산지가 훼손된 뒤였다. ‘태양광 과속 행정’을 제어하지 않으면 10~20년 뒤 ‘태양광 쓰레기 대란’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