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日 금융 보복해도 영향없다"지만…해외공장 돈줄 죄면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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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일본은행이 대출 끊어도
얼마든지 다른 데서 빌릴 수 있어"
한국기업의 일본은행 대출 69兆
57.7%가 해외 사업장서 조달
얼마든지 다른 데서 빌릴 수 있어"
한국기업의 일본은행 대출 69兆
57.7%가 해외 사업장서 조달
“일본이 금융부문에서 보복 조치를 취할 모든 가능성을 점검했습니다. 최악의 상황은 신규 대출과 만기 연장을 중단하는 것인데, 그렇다 해도 대처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봅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한국 경제는 안정돼 있다”며 “일본이 돈을 안 빌려줘도 얼마든지 다른 데서 빌릴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긴장 모드다. 일본 대형은행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한국 기업의 해외법인을 타깃으로 삼을지 모른다는 루머도 돌기 시작했다. 불길한 그림자가 조금씩 드리워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금융보복 시나리오 점검 나선 정부
금융권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제한으로 시작된 일본의 경제보복이 ‘돈줄 죄기’로 이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97년 일본 은행들이 잽싸게 단기외채 회수에 나선 것이 한국 외환위기의 결정타가 됐던 뼈아픈 기억도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 금융감독원, 시중은행 등은 이달 초부터 잇따라 실무회의를 열어 일본의 금융 보복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 현지에서 영업 중인 한국 기업의 신용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계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국내 은행과 기업의 유동성 상황 역시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3월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가 언급한 송금 제한이 자금세탁 방지 강화 등을 명분으로 시행될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일본산 원재료를 사용하는 국내 기업의 신용 리스크(위험) 또한 점검 포인트다.
정부는 일본계 자금의 규모와 특성 등을 고려할 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최 위원장은 “송금 제한, 투자 회수 등 여러 시나리오를 함께 짚어봤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거나 보완 조치를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에 풀린 일본계 자금 규모가 줄어들 소지는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日 은행들, 한국에서 자금 빼나
국제결제은행(BIS)과 일본은행 통계에 따르면 일본계 은행들이 한국 기업에 빌려준 돈(총여신)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586억달러(약 69조원)에 이른다.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에 진출한 한국 금융회사, 민간기업, 공기업 등에 대한 일본계 은행의 여신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이 중 57.7%가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조달한 금액이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일본이 금융 보복에 나선다면 지구촌 어디서든 은밀하게 한국 기업을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며 “해외법인이 현지에 진출한 일본계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계 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 관련 채권의 신용평점을 떨어뜨리면 한국 기업의 자금 조달이 불리해질 가능성도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선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 대형 은행들의 자금 회수가 시작됐다. 4대 일본계 은행(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미쓰이스미토모·미즈호·야마구치)의 한국 내 총여신은 지난 3월 말 기준 18조2995억원이다. 지난해 9월 말 21조817억원, 12월 말 19조5196억원에 이어 계속 줄고 있다. 세계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일본 은행들이 대외 익스포저(위험 노출)를 줄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한국을 타깃으로 삼을 경우 감소세가 더욱 가팔라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이 쓸 카드는 많다”
일본계 은행들은 국내 기업에 매력적인 자금원이었다. 금리가 낮고 대출 규모도 컸다. 일본 정부 차원의 ‘은밀한 지침’이 내려오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 갑작스러운 자금 회수는 국내 기업에 충격을 주게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본계 은행이 당장 움직이지 않겠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는 금융시장에도 서서히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계 자금이 보유한 국내 상장주식 가치는 5월 말 기준 12조4710억원이다. 전체 외국계 자금의 2.3%로 미국, 영국 등에 이어 9위다. 주식시장 자금은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가능성도 작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 보복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지만 일본의 조치가 나오기 전부터 과도한 불안감이 퍼지면 금리 등 다른 시장에 악영향을 줄지 모른다”며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경주 일본 도카이대 교수는 “제조업과 금융업에서 일본이 쓸 카드가 상당히 많다”며 “정치적 목적의 일시적 조치로 생각할 게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양국 간 신뢰를 하루빨리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한국 경제는 안정돼 있다”며 “일본이 돈을 안 빌려줘도 얼마든지 다른 데서 빌릴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긴장 모드다. 일본 대형은행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한국 기업의 해외법인을 타깃으로 삼을지 모른다는 루머도 돌기 시작했다. 불길한 그림자가 조금씩 드리워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금융보복 시나리오 점검 나선 정부
금융권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제한으로 시작된 일본의 경제보복이 ‘돈줄 죄기’로 이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97년 일본 은행들이 잽싸게 단기외채 회수에 나선 것이 한국 외환위기의 결정타가 됐던 뼈아픈 기억도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 금융감독원, 시중은행 등은 이달 초부터 잇따라 실무회의를 열어 일본의 금융 보복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 현지에서 영업 중인 한국 기업의 신용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계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국내 은행과 기업의 유동성 상황 역시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3월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가 언급한 송금 제한이 자금세탁 방지 강화 등을 명분으로 시행될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일본산 원재료를 사용하는 국내 기업의 신용 리스크(위험) 또한 점검 포인트다.
정부는 일본계 자금의 규모와 특성 등을 고려할 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최 위원장은 “송금 제한, 투자 회수 등 여러 시나리오를 함께 짚어봤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거나 보완 조치를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에 풀린 일본계 자금 규모가 줄어들 소지는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日 은행들, 한국에서 자금 빼나
국제결제은행(BIS)과 일본은행 통계에 따르면 일본계 은행들이 한국 기업에 빌려준 돈(총여신)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586억달러(약 69조원)에 이른다.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에 진출한 한국 금융회사, 민간기업, 공기업 등에 대한 일본계 은행의 여신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이 중 57.7%가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조달한 금액이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일본이 금융 보복에 나선다면 지구촌 어디서든 은밀하게 한국 기업을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며 “해외법인이 현지에 진출한 일본계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계 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 관련 채권의 신용평점을 떨어뜨리면 한국 기업의 자금 조달이 불리해질 가능성도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선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 대형 은행들의 자금 회수가 시작됐다. 4대 일본계 은행(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미쓰이스미토모·미즈호·야마구치)의 한국 내 총여신은 지난 3월 말 기준 18조2995억원이다. 지난해 9월 말 21조817억원, 12월 말 19조5196억원에 이어 계속 줄고 있다. 세계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일본 은행들이 대외 익스포저(위험 노출)를 줄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한국을 타깃으로 삼을 경우 감소세가 더욱 가팔라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이 쓸 카드는 많다”
일본계 은행들은 국내 기업에 매력적인 자금원이었다. 금리가 낮고 대출 규모도 컸다. 일본 정부 차원의 ‘은밀한 지침’이 내려오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 갑작스러운 자금 회수는 국내 기업에 충격을 주게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본계 은행이 당장 움직이지 않겠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는 금융시장에도 서서히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계 자금이 보유한 국내 상장주식 가치는 5월 말 기준 12조4710억원이다. 전체 외국계 자금의 2.3%로 미국, 영국 등에 이어 9위다. 주식시장 자금은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가능성도 작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 보복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지만 일본의 조치가 나오기 전부터 과도한 불안감이 퍼지면 금리 등 다른 시장에 악영향을 줄지 모른다”며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경주 일본 도카이대 교수는 “제조업과 금융업에서 일본이 쓸 카드가 상당히 많다”며 “정치적 목적의 일시적 조치로 생각할 게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양국 간 신뢰를 하루빨리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