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부진의 골짜기에 빠진 한국 경제에 ‘메가톤급 쇼크’가 잇따르고 있다. ‘반도체 쇼크’로 수출이 급감하는 와중에 징용노동자 판결을 둘러싸고 양국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일본의 경제보복이 본격화된 것이다.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3개 소재에 대한 일본의 수출 통제로 국내 반도체공장은 이달 중 가동 중단을 우려해야 할 지경이다. 추가 보복조치가 준비되고 있다는 소식은 위기감을 증폭시킨다. 일본은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 목록(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안도 예고했다. ‘화이트 리스트’ 탈락이 현실이 되면 배터리·자동차는 물론이고, 식품 목재류를 제외한 거의 전 산업에 타격이 우려된다. 일본 은행들이 70조원에 육박하는 한국 기업·은행에 대한 대출금 만기연장을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불똥이 커지고 있지만 맞대응 카드는 만만찮은 게 현실이다. 정부는 고심 끝에 “상응하는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치졸한 보복에 생각 같아서는 맞보복으로 맞서고 싶지만 자칫 공멸로 치달을 수 있어서다. WTO 제소를 포함해 의연한 자세로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며 확전을 막아나갈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웃나라 일본이 한국의 급소를 찌르고 나온 예상밖 상황은 정글로 변한 글로벌 경영환경을 웅변하고 있다. 한순간 방심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체질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의 시급성도 일깨워준다. 때마침 개점휴업이던 국회가 문을 열고 원내 3당이 일제히 ‘경제’를 화두로 꺼내든 점은 다행스럽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민생입법추진단을 가동하고 기업활력법, 유턴기업지원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빅데이터 3법 등의 추진을 선언한 점이 기대를 키운다.

걱정되는 것은 이번에도 말만 앞서고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다. 탄력근로제 확대, 승차공유서비스 도입 등의 핵심 현안이 국회에서 몇 달째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위기를 감안해 이번에는 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규제개혁에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상시 구조조정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내달 일몰예정인 기업활력법은 대상 확대,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방안이 관철돼야 한다. ‘유턴’은커녕 해외로 탈출하는 기업이 속출하는 판국에 파격적인 유턴지원법도 시급하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의료분야에 대한 지원을 담은 서비스산업발전법도 꼭 통과돼야 할 법안이다.

핵심은 시대착오적이고 무책임한 반대론과 결별하는 것이다. 앞날을 장담하기 힘든 임시조치에 불과한 ‘규제 샌드박스’ 수준의 찔끔 변화로 규제개혁을 자랑할 생각일랑 아예 버려야 한다. 재탕·삼탕 정책으로 제조업 르네상스를 말하는 보여주기식 행태도 달라져야 한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건의대로 여당이 앞장서 대통령에게 ‘최저임금 동결’ 선언도 권유하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