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대가 4탄] 개미의 전설! 추세매매의 창시자 제시 리버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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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의 투자법 4회의 주인공 제시 리버모어는 투자 성과만큼이나 굴곡진 인생사로 회자된다. 리버모어는 1929년 세계 대공황 때 적극적인 공매도를 통해 10월 주가 대폭락 동안 현재 가치로 약 20억 달러에 달하는 돈을 벌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리버모어의 몰락은 그의 비상만큼이나 극적이었다. 그는 주식투자 실패로 네 번 파산했으며 1940년 11월에는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어떤 투자전략을 구사했기에 리버모어는 이토록 극적인 성적표를 받았을까. 대가의 투자법 공동 진행을 맡은 홍춘욱 숭실대 겸임교수는 리버모어의 투자전략을 “많이 올랐다고 해서 못 살 것도 없고, 많이 빠졌다고 해서 못 팔 것도 없다”고 설명한다. 시장의 추세에 따라 상승하는 종목은 추가매수하고, 내려가는 종목은 공매도로 대응하는 ‘모멘텀 투자’의 대부로 알려져있다. 모멘텀 투자는 대가의 투자법 앞선 회차에서 소개한 버핏과 그린블라트 등으로 대표되는 ‘가치투자’ 철학과 주식시장에서 양대 투자 전략 구도를 형성한다. 홍 교수는 “가치투자자는 기업의 내재가치를 분석하고 내재가치보다 싸게 거래되는 기업을 매수해 정상가치를 찾기를 기다린다”며 “반면 모멘텀 투자는 과연 기업의 내재가치라는 게 존재하는지, 존재할지라도 투자자가 그것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가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투자자가 기업의 내재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면 주가의 추세 혹은 기업 이익의 추세를 철저히 추종하자는 것이 모멘텀 투자전략의 골조다. 리버모어는 그 중에서 주가의 추세를 추종하는 ‘절대 모멘텀’ 전략을 주로 구사했다. 홍 교수는 “리버모어는 시장에 대한 판단을 항상 강조했다”며 “아무리 당신이 판단한 종목이 상승추세를 타고 있고 모멘텀이 강하게 형성됐더라도 시장 자체가 약세장이라면 힘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모멘텀 투자자에게는 종목의 추세와 시장의 추세를 동시에 파악하고, 추세에 변동이 생기거나 본인의 판단에 착오가 있었다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홍 교수는 강조한다. 보유한 종목이 내재가치에 도달할 때까지 뚝심있게 기다릴 것을 강조하는 가치투자자와는 상반되는 능력이 요구되는 셈이다. 시장에서 주가 상승폭이 가장 큰, 달리 말하면 시장에서 가장 비싼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리버모어의 투자전략은 높은 수익률과는 요원해 보인다. 아울러 개인 투자자들은 리버모어처럼 적극적인 공매도 포지션과 레버리지를 활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과의 협업을 통해 백테스트를 진행해본 결과 리버모어의 절대 모멘텀 전략은 지금까지 소개한 대가의 포트폴리오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2002년 이후 누적 수익률 1075%, 연환산 복리 수익률로는 25%다. 홍 교수는 “절대 모멘텀 전략은 상승장의 주도주를 잡는데 특화됐다”며 “2007년이나 2009년, 2017년과 같은 상승장에서 어마어마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절대 모멘텀 전략은 약세장이거나, 강세장에서 약세장으로 돌아서는 전환기에서는 피해가 상대적으로 큰 모습을 보였다. 2008년에 리버모어 포트폴리오는 기초자산인 코스피200지수가 38% 하락하는 동안 41%의 손실을 냈다. 모멘텀 전략이 최종 수익률은 높지만 동시에 MDD(수익률의 최고점과 최저섬 사이의 거리)도 큰, 그야말로 ‘화끈한’ 전략이라는 점을 백테스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리버모어 포트폴리오는 우량주 위주의 코스피200 지수에 포함된 종목들 가운데 지난 12개월의 수익률을 바탕으로 상위 20개 종목에 투자했다. 모멘텀 전략 특성상 종목의 상승률을 발 빠르게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리밸런싱(종목 교체)는 분기마다 진행했다.
투자자가 리버모어의 수익률을 모방하면서도 리버모어의 비극적인 개인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분산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홍 교수는 전통적인 리스크 헷징 수단인 자산 배분(채권이나 달러 자산 등 안전 자산을 분할 보유하는 것)은 물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전략을 혼합해서 사용하는 것도 일종의 안전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가치투자 전략과 모멘텀 전략은 모두 매력적인 전략이지만 동시에 수익률이나 종목 가격의 방향이 상당히 다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며 “연기금들이 그러듯 주식투자 내에서도 다양한 스타일의 전략들을 배분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범진/강영연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