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 업무상 과로 등으로 기존 질병이 급격히 악화돼 사망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2월 말 직장 동료의 장인상이 생기자 사흘간 회사 조사(弔事)지원팀에 들어가 장례지원팀장으로 새벽까지 일했다. A씨는 장례식 둘째 날부터 가슴 뻐근함과 기침, 소화 불량, 어지럼증 등을 호소했다. 그는 장례가 끝난 다음날 복통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가 급성 충수염(맹장염) 수술을 받았고 사흘 뒤 심부전에 의한 심인성 쇼크로 사망했다.

유족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와 장례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사망은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이 아니고 충수염 수술로 평소 지병(심부전)이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유족의 청구를 거절했다. 유족은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망인의 발병 전 1주일 근무시간은 66시간48분으로 통상의 평균 근무시간보다 30% 넘게 증가했고, 발병 3일 전부터는 평소에 하지 않던 장례지원 업무를 수행해 상당한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며 “기존 질병인 심부전이 과로로 인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하면서 사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