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협력회사 보안 관리에 나섰다.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국가 및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애플, 소니 등 주요 고객사가 협력사를 통한 영업 비밀 유출에 대해서도 벌칙을 부과하고 있어서다. LG디스플레이는 자사뿐 아니라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영업비밀 지키기에 나섰다.

LG디스플레이, 협력사 '보안 관리' 나선 까닭은…
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5일부터 2주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 설비 및 재료를 납품하는 협력사에 보안 전문가를 보내 생산 기술, 생산량, 신제품 출시 시기 등 주요 영업비밀 유출 가능성을 점검했다. 점검 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LG디스플레이 측에서 추가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협력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보안 인식 개선 교육도 했다.

LG디스플레이가 협력사 보안 리스크까지 관리하고 나선 것은 최근 글로벌 제조사들이 부품 공급업체 선택의 중요한 요소로 ‘정보 보안 신뢰도’를 내세우고 있어서다. LG디스플레이의 주요 고객사는 스마트폰 및 TV 제조업체다. 이들 업체는 시장의 성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폴더블폰, 폴더블 노트북, 롤러블 TV 등 신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쟁사로의 기술 및 정보 유출에 대한 민감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제조사들은 부품 공급업체와 사업 계약서를 맺을 때부터 영업비밀 유출 사고에 대비해 책임과 벌칙을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에 정보가 유출되면 △시장 선점 실패 △경쟁사의 추격 및 판매 감소 △주가 하락 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에는 제조 기술 정보뿐만 아니라 외관, 스펙, 판매 및 마케팅 전략과 같은 경영 정보에 대해서도 ‘완벽한 보안’을 요구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자체적으로 보안 관리 시스템을 갖췄지만 여력이 없는 중소 협력업체들이 문제가 되는 일이 많다. 중소 협력사들이 고객사로부터 소송당하는 일을 막기 위해 ‘특별 맞춤형 보안 강화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배경이다. 회사 측 보안 전문가가 협력사를 방문해 △보안 실태 점검 및 개선 지원 △보안 컨설팅 △임직원 보안 인식 제고 교육 등을 한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최근 협력사 대표들과의 만남에서 “신뢰할 만한 정보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왔다”며 “협력사와 합심해 정보 보안 및 기술 보호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