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發 檢 고위직 물갈이 '찻잔 속 태풍' 되나
박정식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사진·사법연수원 20기)이 8일 사의를 표명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23기)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사의를 밝힌 다섯 번째 고위직 검사다. 당초에는 윤 후보자의 선배 검사 20여 명이 물러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인사청문회까지 끝난 뒤에도 용퇴 의사를 드러낸 사례가 손에 꼽힐 정도여서 윤석열발(發) 인사이동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박 고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전산망 이프로스에 “탁월하고 사명감 투철한 검찰 가족들과 동고동락할 수 있었던 것을 무한한 영광과 보람으로 생각한다”며 사의를 밝혔다. 박 고검장에 앞서 봉욱 대검 차장(19기), 김호철 대구고검장(20기), 송인택 울산지검장(21기)이 옷을 벗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정병하 대검 감찰본부장(18기)도 지난 1일 용퇴를 선언했다.

지난달 17일 윤 후보자가 지명됐을 때만 해도 30명에 육박하는 ‘검찰 고위직 물갈이’를 예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후배나 동기가 승진하면 변호사로 개업하는 검찰 관행을 고려해서다. 검사장급 이상 간부 40명 가운데 윤 후보자 선배인 19~22기는 21명, 동기인 23기는 9명이다.

법조계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용퇴 이후의 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게 가장 빈번하게 제기되는 이유다. 검찰 출신인 한 변호사는 “변호사 시장이 어려워져 검찰 고위직 전관이라 해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한직을 떠돌더라도 일단 남아보자는 정서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검장 승진을 바라보는 검사들도 주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고검장 가운데 막내 기수는 박균택 광주고검장(21기)으로 21기 이하는 유력한 차기 고검장 후보들이다.

일각에서는 예전처럼 용퇴 압력이 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법조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법무부에서 몇몇 검사장에게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식으로 언질을 줘왔다”며 “지금은 직권남용 시비가 두려워 ‘교통정리’를 제대로 못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