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팀은 부상으로 낙오한 선수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운동 전 온몸 근육과 관절을 스트레칭하도록 체계적 프로그램을 가동했기 때문이죠.”

지난달 끝난 국제축구연맹(FIFA) U20(20세 이하) 남자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 팀닥터(주치의)를 맡은 왕준호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50·사진)의 말이다. 한국팀은 폴란드에서 열린 올해 대회에서 준우승이라는 역사를 썼다. 주치의로 24시간 선수들과 동행하며 건강을 챙긴 왕 교수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를 격려한 팀워크, 어린 선수들을 믿어준 정정용 감독의 리더십이 준우승의 비결”이라고 했다. 이어 “1년에 100경기 넘게 축구를 볼 정도로 열정과 관심을 쏟은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공도 크다”고 했다.

2000년부터 대한스포츠의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왕 교수는 지난 5월 4일 건강검진을 위해 대표팀 선수들을 처음 만났다. 경기가 끝나기까지 한 달 반 동안 가장 신경 쓴 것은 부상이다. 그는 “무릎을 다쳐 수술받고 고생하는 선수를 많이 진료했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에게 부상만은 없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왕 교수에게 가장 기억이 남는 경기는 연장에 이어 승부차기까지 갔던 세네갈전이다. 연장 종료 1분을 남기고 동점이 돼 모두 망연자실했을 때다. 체력도, 정신력도 바닥까지 떨어진 선수들 틈에서 “우리는 이기는 팀이다” “즐기자”라는 외침이 들렸다. 이강인 선수의 목소리였다.

왕 교수는 “어린 선수들이 서로 감싸주는 것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이런 팀 스포츠의 힘을 누구나 알게 됐으면 하는 바람도 생겼다. 그는 “선수들이 생각을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자유롭게 커뮤니케이션한 것도 인상적”이라며 “매 순간 집중하고 누구보다 노력하지만 정작 경기에서는 긴장하지 않고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젊은 세대의 힘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