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작년 오프라인 유통점 ‘T월드’ 전 매장에 ‘최적 요금제 제안 시스템’을 도입했다. 예컨대 월 3만9600원짜리 ‘밴드 데이터 1.2기가(G)’ 요금제를 사용하는 50대 A가입자가 단말기를 바꾸기 위해 T월드를 방문했다. A가입자는 직전 세 달간 데이터를 다 쓰지 않았다. 불필요하게 통신요금을 더 냈단 얘기다. 이런 가입자에게 보다 싼 월 3만2890원짜리 ‘밴드 데이터 세이브’ 요금제를 제안하는 시스템이다.

최적 요금제 제안 시스템 개발은 진요한 SK텔레콤 데이터 머신 인텔리전스 그룹장(상무·사진)이 주도했다. 그는 “2600만 SK텔레콤 가입자의 연령대, 기기변경 전 요금제, 데이터 소진율 등을 분석해 가입자를 480가지 유형으로 세분화했다”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최적 요금제를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1세대 데이터 과학자’로 불리는 진 상무는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빅데이터 AI 등 신기술을 도입할 때 무작정 투자하지 말고, 서비스 등 사업화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투자 단계부터 어떻게 사업화할 것인지 구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빅데이터는 원석이자 원유로 그 자체로는 전혀 쓸모가 없다”며 “이를 세공하고 정제해 상품화하는 능력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기술 투자에서 필요한 또 다른 요소는 ‘인내심’이라고 했다. 그는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업체인 미국 아마존 구글 넷플릭스 등은 20년 전부터 빅데이터 AI에 투자해왔지만 국내 기업들은 2016년 알파고 등장 이후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이른 시간 안에 성과를 내기 위해 성급하게 뛰어들었다가 캐즘(chasm: 처음엔 사업이 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정 단계 이후 정체에 빠지는 상태)을 넘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과학자에게 필요한 자질로는 관찰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꼽았다. 진 상무는 “인문학 경영학 자연과학 등 전공은 상관없다”며 “관찰력 문제해결 능력이 있어야 기술을 기반으로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사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에서 그의 직함은 두 개다. ‘이동통신(MNO)사업부 디지털전환(DT)추진그룹장’이란 직함도 있다. 데이터 머신 인텔리전스 그룹장으로서 기술 연구를 하고, MNO 사업부 DT추진그룹장으로서는 누구, T맵, 옥수수 등 실제 SK텔레콤 서비스에 기술을 적용하는 업무를 추진한다.

진 상무는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컴퓨터 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데이터 분석 관련 논문을 발표하며 데이터 분석 분야에 본격 뛰어들었다. 지난해 4월 SK텔레콤에 합류하기 전 미국 1세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이스페이스와 실리콘밸리에 있는 세계 최대 모바일 광고 플랫폼 탭조이에서 데이터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