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랭킹 1위 펑산산(중국·사진)이 돌아왔다. 늘 웃어서, 동반자는 물론 대회장까지 밝게 물들이는 그 ‘낙천주의’ 골퍼다.

펑산산은 8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오나이다의 손베리 크리크(파72·6646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9개를 쓸어담아 9언더파 63타를 쳤다. 최종합계 29언더파 259타를 기록한 펑산산은 ‘태국의 골프 영웅’ 에리야 쭈타누깐(28언더파)을 한 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2017년 11월 블루베이LPGA 이후 1년8개월여 만의 우승이다. 통산 10승. 우승 상금은 30만달러다.

펑산산은 마지막 1m짜리 우승 버디 퍼트를 밀어넣은 뒤 웃으며 말했다. “리더 보드를 보지 않았는데, 마지막 퍼트를 넣어야만 우승한다는 걸 뒤늦게 알고 부담을 조금 느꼈다. 하지만 우승은 늘 기쁘다.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 우승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펑산산은 ‘연습 잘 안 하기로 유명한’ 골퍼다. 다른 선수들이 세계랭킹과 성적 부진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해가 안 간다. 왜 고민하는지 모르겠다”고 눈을 껌뻑거리며 말한 적도 있다. 타고난 재능을 믿기도 했지만, 그만큼 낙천적이고 골프 자체를 즐긴다.

그런데 2년 정도 우승이 없자 그도 달라졌다. 그는 인터뷰에서 “우승이 오랫동안 안 나오니까 다른 선수들이 왜 힘들어하는지 알게 됐다. 이젠 스윙 컨트롤이 잘된다”며 웃었다. 한층 진지해진 펑산산이 앞으로 LPGA투어에서 어떤 ‘사고’를 칠지 모를 일이다.

펑산산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골프가 아닌 태국 골프와 막판 우승 경쟁을 했다. 쭈타누깐은 다른 선수들이 버디 이상을 잡아내는 15번홀(파5)에서 티샷을 페널티 에어리어에 집어넣는 실수를 범하는 바람에 펑산산에게 1년 만에 다잡았던 우승을 내줬다. 그는 “감을 잃었던 스윙이 돌아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1년여 멈춰 있던 ‘태풍(泰風)’도 곧 불어닥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선수와 태국 선수가 시소게임을 하는 사이 2주 연속 우승을 노렸던 ‘K골프’는 막판에 뒷걸음질쳤다. 2라운드까지 단독선두, 3라운드까지 공동선두를 달렸던 세계랭킹 1위 박성현(26)이 이틀 동안 6타밖에 줄이지 못하면서 공동 6위(23언더파)로 내려앉았다. 전날 열린 3라운드 후반에 더블보기, 보기를 잇달아 내준 게 아쉬웠다. 짧은 퍼트 실수가 잇따랐다.

눈길을 끌 만한 게 없는 건 아니다. ‘K골프’의 폭이 한층 넓어진 까닭이다. 펑산산과 함께 이틀간 ‘유쾌한 골프’를 친 ‘긍정의 아이콘’ 티파니 조(재미동포·33)가 공동 6위를 차지했고, 역시 재미동포인 노예림(18)이 한때 선두 경쟁까지 펼친 끝에 박성현과 같은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다. 미국 아마추어 골프계를 평정한 노예림은 지난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프로로 전향한 뒤 올해 LPGA 정규 투어엔 처음으로 출전한 ‘신성’이다.

여기에 ‘원조 골프 천재’ 김효주(24)까지 살아났다. 마지막 날 8언더파를 몰아쳐 단독 5위(24언더파)를 차지했다. 올 시즌 벌써 일곱 번째 ‘톱10’이다. 그는 올해 10개 대회에 출전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