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 보복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인 가운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일본이 금융 보복에 나서더라도 큰 어려움은 없다”고 장담했다. 그는 “일본이 금융부문에서 취할 수 있는 모든 보복조치의 가능성을 점검했다”며 “일본이 돈을 안 빌려줘도 얼마든지 다른 데서 빌릴 수 있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외환보유액은 현재 4000억달러가 넘는 등 한국의 경제 위상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져 일본이 ‘돈줄 죄기’에 나서더라도 효과가 없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그런 발언은 신중하지 못한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 위원장은 일본계 은행들의 한국 기업에 대한 총여신(약 69조원), 국내 증시의 일본계 자금 규모(약 12조원) 등을 감안할 때 상당 부분이 회수된다 해도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 듯하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금융시장에서 일본계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면 외환부족 사태는 오지 않더라도 한국 시장의 대외신인도에는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외국자본들은 돈 빌려주기를 꺼리거나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 가능성도 있다. 신용평가사들의 평가도 달라질지 모른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실물경기는 더 큰 타격을 입게 되고, 다른 외국계 회사들이 덩달아 자금 회수에 나설 수도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외환위기 가능성은 낮았지만 경제는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기 전까지 외환시장은 곤욕을 치렀다.

최 위원장은 일본의 보복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차단해보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제 국내 주식·외환시장 동향이 보여주듯 금융시장은 이미 사실상 영향권에 들어갔다. 지금 금융당국에 필요한 것은 돌다리도 몇 차례 두들겨보고 대비하는 진지함과 주도면밀함 치밀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