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불화수소 등 3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한 지 1주일 만에 추가 규제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 관리들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이어 한국에 수출된 전략물자가 ‘부적절하게 사용됐다’고 주장하며 추가 규제 명분 쌓기에 나서고 있다.

NHK는 8일 “일본 정부가 불화수소 등 3대 소재의 수출 규제에 들어간 것을 계기로 한국 측에 원자재의 적절한 관리를 촉구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 측이) 개선 움직임이 없으면 규제 강화 대상을 다른 품목으로 확대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한국 측 대응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흘려온 수출규제 확대 조짐이 정부 입김이 강하게 반영되는 공영방송을 통해 다시 한 번 강조됐다.

일본 정부는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 목록(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지면 무기전용이 가능한 기계류 등 각종 품목에 대해 수출계약 건마다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하고, 조사기간이 90일가량 소요되는 개별허가제가 적용된다. 지금은 원칙적으로 한 번 수출허가를 받으면 3년간 따로 허가신청을 할 필요가 없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관방 부(副)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결정한 배경에는 (한국 측의) 부적절한 사안이 있었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국과의 사이에서 수출관리를 둘러싸고 최소한 3년 이상 충분한 의사소통, 의견교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배경에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과의 신뢰관계’와 함께 ‘수출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을 3대 품목의 수출규제 이유로 꼽은 바 있다. 아베 총리도 전날 우익성향의 후지TV에 출연해 “한국이 말하고 있는 것은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조치에 나섰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 관계자 면담도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일 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들도 수출규제와 관련한 의사소통을 위해 일본 주요 정·관계 관계자들에게 면담 요청을 했으나 대부분 반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일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부적절한 사안을 주장한) 일본의 발언이 놀랍고 한국 정부는 일본 측에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