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기업 피해 발생하면 대응 불가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日에 수출규제 철회·협의 촉구
"민관 비상대응 체제 구축 검토"
"민관 비상대응 체제 구축 검토"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한국 기업에 실제적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은 양국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맞대응 가능성을 시사해 파장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전략적 침묵’을 유지해온 문 대통령이 일본 정부를 향해 메시지를 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보복 조치를 “민간기업 간 거래를 정치적 목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으로 규정했다. 이어 “한국뿐 아니라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례 없는 비상상황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경제계가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라며 “상황의 진전에 따라 민관이 함께하는 비상대응체계 구축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메시지는) 기업의 애로를 충분히 듣고 대응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또 하나는 한·일 우호관계 훼손을 막고자 성의 있는 협의를 일본에 촉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30대 그룹 총수와 10일 간담회를 하기로 한 것도 ‘민관 비상대응체계’ 검토의 일환이라고 청와대는 강조했다. 문 대통령, 경제를 '정치무기화'한 日에 경고…"외교적 해결 위해 노력도"
문재인 대통령이 8일 낸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첫 공식 메시지는 ‘냉정하게 대처하되 최악의 경우 맞대응 카드까지 열어두는 강온전략’으로 해석된다. 대응이 맞대응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팃포탯(tit-for-tat)’ 악순환을 피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당부하면서도 일본 측에는 “자유무역의 원칙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며 대화 재개를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 “조치 철회하고 양국 협의” 촉구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대화를 통한 해법 모색’에 방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측에 ‘조치 철회와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주문한 것도 일단 외교 채널을 통해 이번 사태 해결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다.
문 대통령이 8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무역은 공동번영의 도구여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믿음과 일본이 늘 주창해온 자유무역의 원칙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일본의 이번 조치가 ‘경제의 정치무기화’라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의 필수소재인 3개 품목(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에칭가스) 수출규제에 대해 “상호 호혜적인 민간 기업 간 거래를 정치적 목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를 ‘정치적 목적의 제한’으로 규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에 우리 기업의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전 세계 공급망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며 자유무역에 반하는 행위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번 수출규제가 지난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폐막선언문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는 자유무역 조항을 넣으려는 행보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은 일본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기업 피해 땐 “맞대응 불가피”
문 대통령은 동시에 “우리 기업에 실제적 피해가 발생하면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대비책도 주문했다.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은 양국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실질적 피해가 발생하면 맞대응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응조치와 관련해 “한·일 관계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까지 훼손돼서는 안되기 때문에 외교적 협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우리 기업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일본의 보호무역주의 행태에 대한 국제 여론전 등 외교적 산업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적 가용자원을 총동원한 부품 소재 장비산업의 산업구조 전환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제조업의 근간인 핵심부품과 소재 장비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고 대외 요인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는 부품 소재 장비산업 육성을 국가경제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예산 세수 등 가용자원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산업의 허리인 부품 소재 분야의 취약한 산업구조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같은 외부 요인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문 대통령은 “수십 년간 누적돼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한·일 양국 간 무역관계도 호혜적이고 균형감 있게 발전시켜 심각한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자”고 강조했다.
이번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해 기업과 정부의 긴밀한 소통과 함께 “자원을 아끼지 말라”고 특별히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와 관련 부처가 모두 나서 상황 변화에 따른 기업들의 애로를 직접 듣고 해결 방안을 함께 논의하면서 필요한 자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비상한 대책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기업과 함께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단기적인 대응과 처방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0일 주요 기업인 간담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한 대통령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일본이 수출규제 이후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넘어간다’ 등의 근거 없는 얘기를 흘렸다”며 “일본 정부의 발언 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대통령이 조기에 메시지를 내놨다”고 설명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전략적 침묵’을 유지해온 문 대통령이 일본 정부를 향해 메시지를 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보복 조치를 “민간기업 간 거래를 정치적 목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으로 규정했다. 이어 “한국뿐 아니라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례 없는 비상상황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경제계가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라며 “상황의 진전에 따라 민관이 함께하는 비상대응체계 구축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메시지는) 기업의 애로를 충분히 듣고 대응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또 하나는 한·일 우호관계 훼손을 막고자 성의 있는 협의를 일본에 촉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30대 그룹 총수와 10일 간담회를 하기로 한 것도 ‘민관 비상대응체계’ 검토의 일환이라고 청와대는 강조했다. 문 대통령, 경제를 '정치무기화'한 日에 경고…"외교적 해결 위해 노력도"
문재인 대통령이 8일 낸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첫 공식 메시지는 ‘냉정하게 대처하되 최악의 경우 맞대응 카드까지 열어두는 강온전략’으로 해석된다. 대응이 맞대응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팃포탯(tit-for-tat)’ 악순환을 피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당부하면서도 일본 측에는 “자유무역의 원칙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며 대화 재개를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 “조치 철회하고 양국 협의” 촉구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대화를 통한 해법 모색’에 방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측에 ‘조치 철회와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주문한 것도 일단 외교 채널을 통해 이번 사태 해결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다.
문 대통령이 8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무역은 공동번영의 도구여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믿음과 일본이 늘 주창해온 자유무역의 원칙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일본의 이번 조치가 ‘경제의 정치무기화’라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의 필수소재인 3개 품목(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에칭가스) 수출규제에 대해 “상호 호혜적인 민간 기업 간 거래를 정치적 목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를 ‘정치적 목적의 제한’으로 규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에 우리 기업의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전 세계 공급망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며 자유무역에 반하는 행위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번 수출규제가 지난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폐막선언문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는 자유무역 조항을 넣으려는 행보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은 일본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기업 피해 땐 “맞대응 불가피”
문 대통령은 동시에 “우리 기업에 실제적 피해가 발생하면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대비책도 주문했다.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은 양국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실질적 피해가 발생하면 맞대응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응조치와 관련해 “한·일 관계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까지 훼손돼서는 안되기 때문에 외교적 협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우리 기업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일본의 보호무역주의 행태에 대한 국제 여론전 등 외교적 산업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적 가용자원을 총동원한 부품 소재 장비산업의 산업구조 전환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제조업의 근간인 핵심부품과 소재 장비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고 대외 요인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는 부품 소재 장비산업 육성을 국가경제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예산 세수 등 가용자원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산업의 허리인 부품 소재 분야의 취약한 산업구조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같은 외부 요인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문 대통령은 “수십 년간 누적돼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한·일 양국 간 무역관계도 호혜적이고 균형감 있게 발전시켜 심각한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자”고 강조했다.
이번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해 기업과 정부의 긴밀한 소통과 함께 “자원을 아끼지 말라”고 특별히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와 관련 부처가 모두 나서 상황 변화에 따른 기업들의 애로를 직접 듣고 해결 방안을 함께 논의하면서 필요한 자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비상한 대책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기업과 함께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단기적인 대응과 처방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0일 주요 기업인 간담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한 대통령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일본이 수출규제 이후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넘어간다’ 등의 근거 없는 얘기를 흘렸다”며 “일본 정부의 발언 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대통령이 조기에 메시지를 내놨다”고 설명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