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팔았어야 했는데"…후회 없는 주식 매도 타이밍은 언제일까
‘이쯤에서 손실을 확정할까.’ ‘더 오르더라도 여기서 팔고 이익을 실현할까.’

금융 투자자는 언제 팔아야 할지가 늘 고민이다. 투자한 주식 또는 펀드가 이익이 났는가, 손실을 입었는가에 상관없이 매도 타이밍이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도 결정이 더 어렵다는 응답이 51%로 나타났다. 매수 결정이 더 어렵다는 사람은 17%였다. 매수와 매도 모두 결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은 32%였다.

이처럼 더 어렵게 느껴지는 매도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무엇일까. ‘브로커의 조언’이 52.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주가가 미리 정한 수준에 도달’이 47.7%에 달했다.

사전에 목표수익률을 정해놓고 그것을 달성하면 매도하는 ‘합리적이고 계획적인 투자’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조사가 상대적으로 고학력, 고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개인투자자들의 응답과는 다소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매도 결정이라도 손실 확정과 이익 실현 중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의사결정 속도가 다르다. 투자자들은 대개 이익이 난 상태에선 서둘러 매도하려 한다. 하지만 손실을 보고 있다면 매도를 미루려 한다.

일명 ‘처분 효과’다. 이 효과는 손실을 회피하려는 심리에서 기인한다. 사람들은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의 가치를 크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매수한 주식이나 펀드에서 손실이 생겼을 때 ‘기다리면 원금은 회복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손절매를 미루게 된다. 동일한 금액, 예를 들어 10만원을 얻었을 때의 행복감보다 잃었을 때의 상실감이 2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때 팔았어야 했는데"…후회 없는 주식 매도 타이밍은 언제일까
앞의 조사에서 ‘손실 본 주식을 더 일찍 매도하지 않은 것’과 ‘이익이 난 주식을 너무 일찍 매도한 것’ 중 전자를 더 후회한다는 응답자가 59%로 후자(41%)에 비해 많았다. 요약하면, 매도 결정이 더 어렵고, 매도 결정 중 손실 본 주식을 파는 결정이 더 망설여지며, 이는 손실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처분 효과는 ‘예상되는 후회’를 피하고 싶은 성향과도 관련이 깊다. 자신의 의사결정에 대해 후회할 것을 예상하고, 그 후회를 줄이기 위해 처분 효과가 생긴다는 얘기다. 손실 확정에 따른 고통이 이익 실현으로 인한 기쁨보다 크기 때문에 손실을 확정하는 의사결정을 미뤄 손실 난 주식을 오래 보유하는 처분 효과가 나타난다.

이는 실제 실험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당신은 작년에 모 기업 주식을 주당 15달러에 매수했다. 그 뒤 주가가 11달러로 떨어지자 당신은 매도를 결정했다(선택1). 매도할까 생각하다가 보유하기로 결정했다(선택2). 당신은 오늘 아침 주가가 27달러(조건A)/6달러(조건B)임을 확인했다.’

위의 시나리오를 읽은 실험 참가자들은 각각의 선택과 조건에 대해 각각 자신이 느끼는 만족 정도(1점 ‘매우 후회함’~11점 ‘매우 만족함’)를 응답했다. 선택1과 조건A를 결합하면, 11달러에서 27달러로 주가가 올라 16달러 이익의 기회를 놓친 부정적 결과가 된다(상황1, 이익 기회 상실).

‘선택1+조건B’는 11달러에서 6달러로 주가가 내려 5달러 손실을 피한 긍정적 결과다(상황2, 손실 회피). ‘선택2+조건A’는 16달러 이익을 실제로 실현한 긍정적 결과다(상황3, 실제 이익). ‘선택2+조건B’는 5달러 손실이 현실화된 부정적 결과다(상황4, 실제 손실).

응답자들은 상황1(이익 기회 상실)에 대해 만족 점수를 1.77점(11점 만점)으로 낮게 매겼다. 상황2(손실 회피)는 7.77점, 상황3(실제 이익)은 9.36점, 상황4(실제 손실)는 1.78점이었다.

부정적 결과인 상황1과 상황4는 실제 재무적 결과가 각각 11달러와 6달러로 큰 차이가 났지만 만족 점수는 비슷했다. 상황1에서 사람들이 ‘주식을 안 팔았더라면 16달러 이익이 생겼을 텐데’라는 후회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후회를 줄이려고 손실 난 주식을 더 오래 보유하는 처분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 선택이 상황3처럼 실제 이익으로 연결될 수도 있지만 상황4(실제 손실)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전에 목표수익률과 손절매 기준을 정해서 매도 결정을 한다면 처분 효과와 후회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