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시민권 보유' 질문 추진에 반발…美법무 "합법적 방법 강구"
펠로시 "트럼프 인구조사는 '미국을 다시 하얗게' 하는 것"
미국의 2020년 인구조사를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10년마다 하는 인구조사 결과는 50개 주(州)의 연방하원 의석수(數) 배분과 직결되기 때문에 한 치의 양보 없는 기싸움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민주당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8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인구조사 질문지에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묻는 문항을 추가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에 대해 "미국을 다시 하얗게 만들려는(Make America White Again)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러 인종과 문화가 어우러져 '인종의 용광로'로 불리는 미국을 다시 백인 사회로 되돌리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으로, 이 질문이 포함되면 시민권이 없는 라틴계 이민자들이 불법체류 단속 우려로 인해 인구조사 응답을 기피하게 된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대선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패러디한 것이기도 하다.

펠로시 의장은 "공화당의 의도는 특정 인구에 대해 의욕을 떨어뜨려 인구조사에 응답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일반 국민이 아닌 특정 국민, 그들의 국민 숫자만 세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생각한 것이 아니다.

정말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대법원의 지난달 '불허' 판결에도 불구하고 인구조사 설문에서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물으려는 애초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자 행정명령을 발동해서 정면으로 돌파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4~5가지"라며 "그것(행정명령)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법의 하나"라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어떻게든 시민권 문항을 넣으라는 지시를 받고 이를 밀어붙이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바 장관이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 보고서와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는 의회 요구를 거부한 데 대해 하원에 '의회 모욕 결의안'이 이미 제출된 상태다.

펠로시 의장은 본회의를 열어 결의안 표결을 진행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나 바 장관은 이날 AP통신 인터뷰에서 "대법원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에 동의한다"며 합법적으로 시민권 문항을 추가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펠로시 "트럼프 인구조사는 '미국을 다시 하얗게' 하는 것"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