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곳 중 8곳 재지정 탈락…서울 자사고들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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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빙자한 자사고 없애기"
배재고 세화고 중앙고 등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 8곳이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무더기로 탈락했다.
서울교육청이 9일 발표한 ‘2019년 자사고 운영성과 평과 결과’에 따르면 평가 대상 13곳 중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등 총 8개 학교가 기준점수(70점)에 못 미치는 점수를 받았다. 동성고 이화여고 중동고 한가람고 하나고 등 5곳은 기준점수를 넘겨 향후 5년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서울교육청은 탈락한 8개 자사고를 대상으로 청문 절차를 거쳐 교육부에 지정취소 동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교육부 장관이 동의하면 이들 학교는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재학 중인 학생은 졸업 때까지 자사고 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 서울지역 자사고 교장단·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자사고공동체연합은 성명을 통해 “각본에 짜맞춘, 신뢰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평가 결과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평가를 빙자한 자사고 폐지 시도를 소송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지역 자사고인 인천포스코고는 이날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통과했다.
"자사고 죽이기 답 정해놓고 짜맞추기 평가"…학교·학부모 "소송 불사"
전북 전주 상산고가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하며 시작된 ‘자사고 죽이기’ 논란이 서울로 옮겨붙었다. 서울교육청은 평가지표별 세부 점수는 물론 총점도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평가’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평가에서 탈락한 학교와 학부모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고, 행정 소송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견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기도 한 자사고 폐지 정책을 진보 교육감들이 밀어붙이면서 학교 현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점수 미공개로 ‘깜깜이 평가’ 논란
서울교육청은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점을 넘지 못한 8개 학교의 대표적인 감점 요인으로 ‘학교 및 교육과정 운영 미흡’을 꼽았다. 박건호 서울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지정 취소가 결정된 학교는 학교운영과 교육과정운영 영역에서 비교적 많은 감점을 받았다”고 말했다. 입시 위주 교육에 치중하고 다양한 선택과목 운영을 위한 노력 등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이 각 학교에 평가지표별 점수를 알려주지 않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교육청은 평가 대상 학교에 총점과 영역별 점수만 전달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평가에서 몇 점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는 얘기다. 대외적으로는 총점과 영역별 점수, 평가지표별 점수 등을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점수가 공개되면 학교가 서열화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평가에 참여한 위원 명단도 공개하지 않았다. 지방의 한 자사고 교감은 “평가지표별 점수가 공개되지 않으면 해당 학교가 탈락 이유를 알 수 없어 공정성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자사고 폐지를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자사고가 교육의 다양성을 증진한다는 주장과 입시 경쟁만 자극하고 있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하지만 올해 자사고 평가에 대해선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2015년과 비교해 올해 평가 기준점수를 10점 더 높이고,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큰 정성평가 비중을 확대했다. 상산고가 속해 있는 전북교육청은 기준점수를 다른 시·도보다 10점 더 높은 80점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서울교육청의 재지정 평가 결과도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대표적인 자사고 폐지론자인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지난해 말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사고 폐지는 진보 교육감의 정체성과 연관된 정책”이라며 “양보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두 번째 임기 1주년을 맞이해 언론과 나눈 인터뷰에서도 “자사고는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진보 교육감들이 ‘자사고 폐지’라는 답을 이미 정해 놓고 형식적인 절차로 평가를 하다 보니 애초부터 공정한 평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학교와 학부모, 교원단체 등은 이날 일제히 성명서를 내고 서울교육청의 재지정 평가 결과를 강하게 비판했다. 전수아 자사고학부모연합회 회장은 “평가 자체가 공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학교 측과 논의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는 “자사고 폐지 정책은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은 물론 적성과 능력에 맞는 교육을 받을 권리를 박탈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동의 여부 고심
서울과 인천교육청을 끝으로 11개 시·도교육청의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마무리됐다. 전국 24개 평가 대상 자사고 중 11개 학교가 지정취소 절차를 밟게 됐다. 공은 교육부로 넘어간다. 각 시·도교육청은 지정취소 학교를 대상으로 청문 절차를 밟은 뒤 교육부 장관에게 지정 취소 결정에 동의해줄 것을 신청한다. 교육부 장관은 ‘특목고 등 지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동의 여부를 결정한다.
교육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국정과제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그 과정은 합리적이고 단계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를 일괄 폐지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내년 총선 출마가 확실시되는 유 부총리가 절차상 문제가 제기되는 평가 결과에 동의를 표하기엔 부담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교육 자치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시·도교육감의 지정취소 결정을 정부가 나서서 막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동윤/박종관 기자 oasis93@hankyung.com
서울교육청이 9일 발표한 ‘2019년 자사고 운영성과 평과 결과’에 따르면 평가 대상 13곳 중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등 총 8개 학교가 기준점수(70점)에 못 미치는 점수를 받았다. 동성고 이화여고 중동고 한가람고 하나고 등 5곳은 기준점수를 넘겨 향후 5년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서울교육청은 탈락한 8개 자사고를 대상으로 청문 절차를 거쳐 교육부에 지정취소 동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교육부 장관이 동의하면 이들 학교는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재학 중인 학생은 졸업 때까지 자사고 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 서울지역 자사고 교장단·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자사고공동체연합은 성명을 통해 “각본에 짜맞춘, 신뢰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평가 결과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평가를 빙자한 자사고 폐지 시도를 소송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지역 자사고인 인천포스코고는 이날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통과했다.
"자사고 죽이기 답 정해놓고 짜맞추기 평가"…학교·학부모 "소송 불사"
전북 전주 상산고가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하며 시작된 ‘자사고 죽이기’ 논란이 서울로 옮겨붙었다. 서울교육청은 평가지표별 세부 점수는 물론 총점도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평가’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평가에서 탈락한 학교와 학부모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고, 행정 소송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견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기도 한 자사고 폐지 정책을 진보 교육감들이 밀어붙이면서 학교 현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점수 미공개로 ‘깜깜이 평가’ 논란
서울교육청은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점을 넘지 못한 8개 학교의 대표적인 감점 요인으로 ‘학교 및 교육과정 운영 미흡’을 꼽았다. 박건호 서울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지정 취소가 결정된 학교는 학교운영과 교육과정운영 영역에서 비교적 많은 감점을 받았다”고 말했다. 입시 위주 교육에 치중하고 다양한 선택과목 운영을 위한 노력 등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이 각 학교에 평가지표별 점수를 알려주지 않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교육청은 평가 대상 학교에 총점과 영역별 점수만 전달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평가에서 몇 점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는 얘기다. 대외적으로는 총점과 영역별 점수, 평가지표별 점수 등을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점수가 공개되면 학교가 서열화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평가에 참여한 위원 명단도 공개하지 않았다. 지방의 한 자사고 교감은 “평가지표별 점수가 공개되지 않으면 해당 학교가 탈락 이유를 알 수 없어 공정성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자사고 폐지를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자사고가 교육의 다양성을 증진한다는 주장과 입시 경쟁만 자극하고 있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하지만 올해 자사고 평가에 대해선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2015년과 비교해 올해 평가 기준점수를 10점 더 높이고,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큰 정성평가 비중을 확대했다. 상산고가 속해 있는 전북교육청은 기준점수를 다른 시·도보다 10점 더 높은 80점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서울교육청의 재지정 평가 결과도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대표적인 자사고 폐지론자인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지난해 말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사고 폐지는 진보 교육감의 정체성과 연관된 정책”이라며 “양보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두 번째 임기 1주년을 맞이해 언론과 나눈 인터뷰에서도 “자사고는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진보 교육감들이 ‘자사고 폐지’라는 답을 이미 정해 놓고 형식적인 절차로 평가를 하다 보니 애초부터 공정한 평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학교와 학부모, 교원단체 등은 이날 일제히 성명서를 내고 서울교육청의 재지정 평가 결과를 강하게 비판했다. 전수아 자사고학부모연합회 회장은 “평가 자체가 공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학교 측과 논의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는 “자사고 폐지 정책은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은 물론 적성과 능력에 맞는 교육을 받을 권리를 박탈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동의 여부 고심
서울과 인천교육청을 끝으로 11개 시·도교육청의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마무리됐다. 전국 24개 평가 대상 자사고 중 11개 학교가 지정취소 절차를 밟게 됐다. 공은 교육부로 넘어간다. 각 시·도교육청은 지정취소 학교를 대상으로 청문 절차를 밟은 뒤 교육부 장관에게 지정 취소 결정에 동의해줄 것을 신청한다. 교육부 장관은 ‘특목고 등 지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동의 여부를 결정한다.
교육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국정과제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그 과정은 합리적이고 단계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를 일괄 폐지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내년 총선 출마가 확실시되는 유 부총리가 절차상 문제가 제기되는 평가 결과에 동의를 표하기엔 부담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교육 자치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시·도교육감의 지정취소 결정을 정부가 나서서 막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동윤/박종관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