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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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한국에 경제보복 조치를 취하면서 ‘대북제재 위반 의혹’을 들이밀자 청와대가 강경 태세로 전환했다. 외교부는 양자 경제현안 담당 국장이 이번주 중 워싱턴을 방문해 미 국무부에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우리 정부에 ‘전략 물자가 북한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 청와대에서 ‘선을 넘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렸던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국 기업에 실제적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유지했던 ‘전략적 침묵’을 깨고 직접 구체적이고도 수위 높은 메시지를 낸 것이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원래 오는 10일 열릴 기업인 간담회에서 대일(對日) 메시지를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심각성을 크다고 판단해 앞당겼다”고 말했다. 또 “근거도 없이 ‘한·일 협정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면 전략물자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내놓은 일본 정부의 태도를 묵과할 수 없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김희상 양자경제외교국장이 오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롤런드 드 마셀러스 미 국무부 국제금융개발담당 부차관보와 회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말로 예상되는 한·미 고위급경제협의회를 준비하기 위한 자리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 보건안보·여성역량 강화·에너지 안보 등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 협의 분야에서의 협력 심화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방문의 진짜 목적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미국과 논의하고, 지원 요청을 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국장은 마크 내퍼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도 만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한 의견 교환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행위가 한국 경제는 물론 미국 기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르면 다음주 방미할 예정이다.

정부는 한국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수출규제에 나선 일본 정부의 부당함을 국제사회에 알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재외공관에 관련 자료를 내려보내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8일 저녁 주한일본대사관의 참사관급 관계자를 외교부로 불러 아베 총리의 ‘한국의 대북제재 위반 언급’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외교부 측은 “정부는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고위층의 관련 발언이 전혀 사실이 아님을 지적하고 유감과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