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소리 1000만건 DB 보유…정확도 90%
째깍악어
원하는 날짜·시간에 부모·아이돌봄 교사 연결
‘육아는 템빨(장비발이라는 뜻의 속어).’ 영유아를 키우는 초보 부모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육아=고된 노동’이라는 인식과 더불어 아이에게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부모가 늘어나면서 육아 서비스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 시장성을 보고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육아 서비스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신생아 우는 이유도 음파로 분석해
저출산 시대에도 육아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업계에 따르면 2007년 19조원 수준이던 전체 키즈(어린이) 산업 규모는 2017년 40조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육아용품 시장도 2011년 1조5000억원대에서 지난해 4조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1가구 1자녀 가정이 늘어나면서 ‘하나라도 잘 키우자’는 생각으로 양육의 질을 높이는 부모가 많아지고 있어서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갖춘 스타트업이 육아시장에 출현해 기발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초보 부모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서비스 중 하나는 이프아이의 아기 울음소리 분석 서비스 ‘크라잉베베’다. 생후 100일 미만 신생아 울음소리의 음파를 분석해 아이가 우는 이유를 배고픔·졸림·트림·젖은 기저귀 등 불편한 상황·가스가 참 등 다섯 가지 상태로 분류해 알려준다. 정확도는 약 90%. 1000만 건이 넘는 소리 데이터베이스(DB) 덕분이다. 누적 다운로드 수는 80만 건에 달한다.
전준호 이프아이 대표는 “초보 부모는 아이가 왜 우는지 몰라 힘들어한다”며 “각종 음파 분석 논문과 산후조리원에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부모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설계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느라 1분 1초가 아까운 부모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째깍악어는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부모와 아이돌봄 교사를 연결해준다. 누적 돌봄 건수가 10만 건이 넘었다. 인기 비결은 엄격한 교사 선정 방식에 있다. 국가공인 자격증 등본 확인과 성범죄 이력 조회, 3시간짜리 모의돌봄 시범, 인적성 검사 등을 모두 통과해야 교사로 등록할 수 있다. 신청자 중 교사 합격률은 20%를 밑돈다.
박현호 째깍악어 이사는 “갑자기 저녁 회의가 잡히거나 출근이 빨라져 등·하원을 해줄 수 없을 때 발을 동동 구르는 부모가 너무 많다”며 “한국 보육시스템상 생기는 보육 공백을 메우는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아이가 사용하지 않는 육아용품을 처분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부모를 위한 서비스도 나왔다. 육아용품 전문 중고거래 서비스인 어픽스의 픽셀은 사용자가 모바일 앱으로 판매 신청만 하면 전문기사가 집으로 찾아가 물품을 일괄 수거한다. 판매대금은 바로 현금으로 입금된다. 수거한 제품은 세척 등의 과정을 거쳐 재판매한다.
온라인으로 육아 상담
전통적인 오프라인 영역이었던 ‘육아 상담 시장’에도 스타트업이 진출했다. 그로잉맘은 상담센터에 가긴 부담스럽지만 아이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알고 싶은 부모를 대상으로 온라인 육아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한 10분짜리 놀이영상을 올리면 전문상담사가 아이의 놀이발달 능력, 부모와의 상호작용 정도 등을 분석한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다. 가격은 7만원. 검사 한 번에 20만~30만원이 드는 일반 상담센터보다 저렴하고 방문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게 장점이다. 이혜린 부대표는 “내 아이한테 맞는 해결책을 찾기 어려워 좌절을 느끼는 부모가 많다”며 “사소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아이의 행동을 전문가와 상담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사소한 음식 하나라도 대충 먹이기 싫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서비스도 있다. 약 2만5000개 가공·신선 식품 내 주의성분과 영양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인 트라이어스앤컴퍼니의 ‘엄선’이다. 미취학 아동 자녀를 둔 20~40대 부모가 사용자의 90%를 차지한다. 전준호 이프아이 대표는 “육아 관련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등장한 다양한 ‘베이비테크’ 서비스가 육아 방식도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