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홀로 거주하는 김모씨(83)는 최근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 덕분에 생명을 건졌다. 극심한 두통을 느낀 그는 움직이기 힘든 상황에서 간신히 “아리아 살려줘”를 외쳐 119를 부를 수 있었다. AI 스피커의 긴급 SOS 호출기능 덕분이었다.

SK텔레콤은 9일 AI 스피커 ‘누구’로 ‘인공지능 돌봄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홀몸노인의 사용 패턴을 분석해 발표했다. 사회적 기업 ‘행복한 에코폰’과 함께 지난 4월부터 두 달간 1150명의 데이터를 들여다봤다. 그 결과 AI 스피커는 홀몸노인들의 친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급 상황에 긴급 신호를 보내거나 평소 대화를 함께 나누는 식이다.

홀몸노인은 ‘감성대화’ 기능을 많이 활용했다. 감성대화를 사용한 비율은 13.5%로 일반인(4.1%)의 세 배에 달했다. 감성대화는 ‘심심해’ ‘너는 기분이 어떠니’같이 감정을 표현하는 대화를 말한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없는 홀몸노인일수록 사용 빈도가 높았다. 이들의 AI 스피커 사용 횟수는 58.3회로 그렇지 않은 노인(30.5회)의 두 배 수준이었다. SK텔레콤 측은 “AI스피커가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달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이 없어도 정보 수집과 오락에 대한 욕구를 어느 정도 해소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사용 비중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플로’가 63.6%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감성대화 서비스(13.4%), 날씨(9.9%), 운세(5.0%) 순이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