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뉴스를 접한 상당수 독자들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지금까지 생맥주를 배달시켜서 먹었는데. 그동안 불법 주문을 했던 거였나.”
사실이 그렇습니다. 그동안 전화로 생맥주를 주문했다면, 주문자와 판매자 모두 불법 행위를 저질렀던 겁니다. 다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단속하지 않았던 것 뿐이죠. 국세청이 “현실적으로 많은 식당에서 생맥주를 이미 배달하고 있는 점이 법령 개정의 배경”이라고 설명했을 정도로 사문화된 규정이었습니다. 시중에선 ‘배달용 생맥주’에 특화된 냉각기계까지 판매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행 주세법령에 따르면 술을 통신판매하는 건 원칙적으로 불법입니다. 미성년자들이 제도를 악용해 주류를 배달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령의 맹점이 있습니다.
법령을 자세히 살펴보면 ‘전화로 주문받은 음식에 부수하여 주류를 배달할 때’는 술 통신판매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치킨 피자 한식 중식 등 음식을 배달시킬 때 동시에 술을 주문하는 건 괜찮다는 겁니다. 이번에 술의 여러 종류 중 ‘생맥주’를 배달가능 품목에 추가한 것이고요. 예컨대 치킨 반 마리를 시킬 때 술을 여러 병 시켜도 사실상 위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관련 규정엔 술을 얼마나 시켜도 되는 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습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다만 치킨 반 마리에 소주 100병을 전화로 주문한다면 관련 법령의 ‘부수하여’란 의미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판을 받아봐야 하겠지만)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음식에 부수하여 주류를 배달시킨다는 건 상식적으로 소량의 술 주문만 가능하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했습니다.
현재 법령에 음식과 함께 주문할 수 있는 술의 양에 대한 구체적인 제한이 없기 때문에, 기재부와 국세청은 주세법령을 다시 개정할 계획입니다. 배달용 주류의 양과 비율 등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요. 소량의 음식을 시키면서 상당한 양의 주류 배달을 허용할 경우 ‘주류 통신판매 금지’ 원칙이 사실상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국내 배달앱 시장 매출은 2013년 3347억원(이용자 87만명)에서 작년 3조원(2500만명)으로 급증했습니다. 허술한 법 체계가 청소년 일탈을 부추기는 건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