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무역전쟁'으로 中 수혜 가능성"
최근 한·일간 경제 갈등이 고조되면 중국이 경제·외교적으로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보도했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TV·스마트폰 액정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가지 품목을 포괄적 수출허가 대상에서 개별 수출허가 대상으로 변경하는 등 경제보복을 하고 있다.

SCMP는 이번 사태를 한·일간 '무역 전쟁'으로 표현하면서, 양국이 일방적 의존관계가 아니라 상호 의존적인 만큼 양측 모두에 파괴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했다.

SCMP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자체 반도체 산업 육성 필요성을 절감한 중국이 이번 기회를 활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일 갈등으로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하면 중국 기업들이 그 진공상태 속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첨단제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에서 반도체 자립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정했으며, 현재 국내 수요 중 10% 미만인 자체 생산 비중을 2020년까지 40%,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SCMP는 한·중·일 3국의 반도체 분야 경쟁을 언급하며, 1990~2000년대에는 일본이 지배적이었다면 2010년부터는 한국이 우위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준 한국 조지메이슨대학 강사는 "반도체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실적이 제한될 경우 중국이 정상에 올라설 기회를 잡을 것"이라면서 "중국이 이 과정에서 유일한 수혜자가 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히나타-야마구치 료 부산대 국제학부 초빙교수는 지정학적인 문제를 언급하며 "한·일간 부정적 관계는 중국에 이득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준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는 한일 관계 강화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유럽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했듯이, 한·미·일 삼각연대가 태평양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견제하는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하는 것은 중국의 오랜 걱정거리였다는 것이다.

그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양자관계를 지키기 위해 양국 정부가 과감한 조처를 해야 한다"면서 "중국이 한일 갈등에서 얼마나 이득을 얻을지는 한일 관계가 얼마나 악화하는지에 달려있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