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 제품 일부에 징벌적 관세 부과를 보류했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지목한 중국 화웨이와의 거래 제한도 일부 풀어주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 정상회담에서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한 이후 미국이 잇따라 ‘당근’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대신 중국에 ‘미국산 농산물 구매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확답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美, 관세 일부 면제·화웨이 제재 완화…中은 그래도 '냉랭'
미 무역대표부(USTR)는 9일(현지시간) 관보를 통해 110개 중국산 품목에 부과되는 25%의 징벌적 관세를 1년간 면제한다고 밝혔다. 이들 품목은 미국이 지난해 7월 6일 중국과 무역전쟁에 들어가면서 처음 25% 관세를 물린 818개 품목(340억달러어치) 중 일부다. 의료장비, 의료기기 부품, 전류제어 장치 등이 이번 관세 유예 대상에 포함됐다.

USTR은 중국산 외에 대안이 없는지, 미국 수입업체의 피해가 심각한지, 중국의 첨단 제조업 정책인 ‘중국제조 2025’와 관계가 없는지 등 세 가지를 따져 관세 유예 대상을 골랐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 시정을 위해 징벌적 관세를 유지하되, 일부 범용 제품에 대해 한시적으로 ‘관세폭탄’을 거둬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미 행정부는 이들 품목에 대해선 중국과 무역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상당 기간 25% 고율 관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고수했다. 이는 지난 5월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된 원인 중 하나였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이들 품목 일부에 한시적으로나마 관세 유예 결정을 내린 건 중국을 배려한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관세 유예뿐만이 아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화웨이와 관련해 “국가안보에 위험이 없는 분야에 대해 (미국 기업에) 수출 면허를 발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5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화웨이와 미국 기업의 거래를 제한했다. 일종의 ‘화웨이 고사 작전’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이후 ‘화웨이 거래 제한 일부 완화’ 방침을 밝혔다. 로스 장관의 이날 발언은 그 연장선이다. 로스 장관은 다만 이번 거래 제한 완화와 상관없이 화웨이는 계속 ‘거래 제한 명단’에 남게 된다고 강조했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품목은 여전히 거래가 금지된다는 의미다. 또 중국의 군 현대화를 거론하며 “(중국은) 미국 기술을 집요하게 추구해왔다”며 “이는 용인될 수 없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미·중은 이날 ‘오사카 정상회담’ 후 처음으로 무역협상 재개를 위한 고위급 전화 접촉도 시작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류허 부총리 및 중산 상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화 접촉을 하면서도 대면협상 일정을 밝히지 않으면서 양측이 핵심 쟁점에서 여전히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당초 핵심 쟁점이 아니었던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도 변수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사카 담판’에서 시 주석에게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를 요구했지만 시 주석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10일 보도했다. 중국이 이번엔 확답을 하지 않은 건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중국의 강경 기류가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SCMP는 분석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