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회사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정제마진이 하반기 들어 급반등하면서 올 상반기 부진했던 정유주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반기 실적이 개선되면서 상반기 주가하락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제마진 올 첫 6달러대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7월 첫째 주(1~5일)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배럴당 평균 6달러를 나타냈다. 정제마진이 6달러 수준으로 올라선 것은 작년 9월 이후 10개월만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 및 생산비용 등을 뺀 금액이다.

배럴당 4~5달러가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져있다.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제마진과 정유사 주가는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 정제마진은 작년 10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올 초에는 2달러대로 추락했다. 이 영향으로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 등 정유주들은 2분기에 각각 11.42%, 6.58%, 3.03% 하락했다.

이번달 들어 정제마진이 급격히 반등한 것은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모두 마진이 확대되는 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수요 측면에선 정유사들의 계절적 성수기인 휴가철 ‘드라이빙 시즌’을 앞두고 석유제품 수요가 증가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고유황선박유 사용을 규제키로 하면서 선주들의 저유황선박유 발주 수요도 가시화하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싱가포르 항구에서 고유황제품 판매량이 떨어지고 있다”며 “SK이노베이션은 탈황설비를 증설해 대응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공급은 감소했다. 업황 부진이 심화되면서 중국 내 주요 생산설비들이 생산량 감축에 나섰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중국의 경유 제품 수출은 전달보다 52.3% 줄었다. 여기에 미국 동부 최대 생산설비로 하루 33만배럴(미국 내 시장점유율 1.7%)을 쏟아내던 필라델피아 에너지 솔루션의 한 공장이 지난 6월 21일(현지시간) 화재로 영구폐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재고도 충분치 않다. 싱가포르 중간유분 재고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미국 경유재고는 최근 5년간 평균치를 밑돌고 있다.

◆커지는 3분기 반등 기대감

금융정보업체 애프엔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올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42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3%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GS와 에쓰오일도 전년 동기 대비 6.2%, 79.8%씩 줄어든 5224억원, 81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그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에선 정유사들의 실적이 2분기에 바닥을 찍고 3분기에 회복세를 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함형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분기 유가하락과 수요 감소로 악화됐던 실적이 하반기 수요 회복 등에 따라 전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4629억원과 2323억원으로, 2분기보다 9.2%, 185.7% 많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다는 점은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에 중국과 싱가포르 등에서 대규모 정유설비 가동이 시작될 예정”이라며 “정유주 밸류에이션도 과거 평균보다 높아져 있다”고 덧붙였다.

GS그룹 지주사로 자회사 실적이 반영되는 GS를 제외한 나머지 두 종목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11배 수준이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정유주는 상반기 주가 하락폭이 컸지만 사업영역이 일부 겹치는 화학주에 비해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