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규제에…메리츠금융, 1.4兆 부동산 투자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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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코레일, 메리츠 입찰 자격 박탈
코레일, 메리츠 입찰 자격 박탈
메리츠금융그룹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1조4000억원 규모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참여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에 가로막혀 불발됐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개발사업의 무게추가 증권사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금산분리 이슈가 쟁점으로 부상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철도 유휴부지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종합화학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은 3만여㎡에 달하는 철도 유휴부지에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등 국제회의 시설과 호텔, 오피스, 문화시설 등을 짓는 것이다. ‘강북의 코엑스’로 불리는 이번 사업 수주전은 한화그룹과 삼성물산, 메리츠 등의 3파전으로 전개됐다.
지난 3월 입찰 마감 직후 먼저 유리한 고지를 점한 곳은 메리츠였다. 메리츠금융그룹과 롯데건설, (주)STX, 이지스자산운용 등으로 구성된 메리츠 컨소시엄은 가장 높은 9000억원대 입찰가를 써냈다. 반면 한화와 삼성물산 등은 그보다 2000억~3000억원가량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하지만 입찰 마감 뒤 코레일이 메리츠 측에 “출자비율 관련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오라”고 요구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현행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일명 금산분리법)’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 의결권 주식 20% 이상을 소유하려면 금융위 승인을 얻어야 한다. 메리츠 컨소시엄은 메리츠종금증권(지분율 35%)과 메리츠화재(10%) 등 메리츠금융그룹 측 출자 비중이 45%에 달했다.
이에 대해 메리츠 측은 “향후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메리츠금융그룹 지분율을 20% 이하로 낮출 예정인데 입찰 단계에서부터 금산분리 관련 당국 승인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발했다. 메리츠가 끝내 금융위 승인을 제출하지 않자 코레일은 메리츠의 입찰 자격을 박탈하고 한화를 우선협상자로, 삼성물산을 차순위로 선정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부동산 사업에 뛰어든 금융사가 금산분리 위반을 이유로 입찰 도중에 자격을 박탈당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 증권사 부동산담당 임원은 “금융그룹에 속한 대형 증권사의 경우 평소 컨소시엄 구성 단계에서부터 금산분리 위반 가능성 등을 꼼꼼히 살핀다”며 “메리츠처럼 부동산 사업 경험이 풍부한 금융사가 왜 금산분리 이슈를 미리 챙기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FI)에서 벗어나 부동산 사업을 직접 주도하기 시작한 추세를 고려하면 이참에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가 개발 사업 전면에 나서줄 수 있느냐는 디벨로퍼와 시공사 등의 문의가 매일 쏟아지고 있다”며 “재무적으로 탄탄하고 뛰어난 자금조달 능력을 갖춘 증권사들에 금산분리는 족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철도 유휴부지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종합화학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은 3만여㎡에 달하는 철도 유휴부지에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등 국제회의 시설과 호텔, 오피스, 문화시설 등을 짓는 것이다. ‘강북의 코엑스’로 불리는 이번 사업 수주전은 한화그룹과 삼성물산, 메리츠 등의 3파전으로 전개됐다.
지난 3월 입찰 마감 직후 먼저 유리한 고지를 점한 곳은 메리츠였다. 메리츠금융그룹과 롯데건설, (주)STX, 이지스자산운용 등으로 구성된 메리츠 컨소시엄은 가장 높은 9000억원대 입찰가를 써냈다. 반면 한화와 삼성물산 등은 그보다 2000억~3000억원가량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하지만 입찰 마감 뒤 코레일이 메리츠 측에 “출자비율 관련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오라”고 요구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현행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일명 금산분리법)’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 의결권 주식 20% 이상을 소유하려면 금융위 승인을 얻어야 한다. 메리츠 컨소시엄은 메리츠종금증권(지분율 35%)과 메리츠화재(10%) 등 메리츠금융그룹 측 출자 비중이 45%에 달했다.
이에 대해 메리츠 측은 “향후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메리츠금융그룹 지분율을 20% 이하로 낮출 예정인데 입찰 단계에서부터 금산분리 관련 당국 승인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발했다. 메리츠가 끝내 금융위 승인을 제출하지 않자 코레일은 메리츠의 입찰 자격을 박탈하고 한화를 우선협상자로, 삼성물산을 차순위로 선정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부동산 사업에 뛰어든 금융사가 금산분리 위반을 이유로 입찰 도중에 자격을 박탈당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 증권사 부동산담당 임원은 “금융그룹에 속한 대형 증권사의 경우 평소 컨소시엄 구성 단계에서부터 금산분리 위반 가능성 등을 꼼꼼히 살핀다”며 “메리츠처럼 부동산 사업 경험이 풍부한 금융사가 왜 금산분리 이슈를 미리 챙기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FI)에서 벗어나 부동산 사업을 직접 주도하기 시작한 추세를 고려하면 이참에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가 개발 사업 전면에 나서줄 수 있느냐는 디벨로퍼와 시공사 등의 문의가 매일 쏟아지고 있다”며 “재무적으로 탄탄하고 뛰어난 자금조달 능력을 갖춘 증권사들에 금산분리는 족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