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예상보다 많은 학교가 탈락하면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평가 기준점을 넘지 못한 자사고는 당장 내년부터 ‘1학교 2체제’로 운영될 처지에 놓였다. 내년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있는 자사고와 특목고는 답이 정해져 있는 평가 방식에 벌써부터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이는 자사고 폐지 정책이 현실화돼 42개 자사고가 모두 일반고로 전환되면 매년 13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사고 절반 탈락땐 예산 年 750억 더 든다"
‘1학교 2체제’ 혼란 불가피

자사고 무더기 탈락의 영향은 먼저 재지정 평가 탈락 학교의 재학생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기존 재학생은 졸업 때까지 ‘자사고 학생’ 신분을 유지하며 기존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고 신입생이 들어와 학교 체제가 두 개로 나뉘면 학교 운영에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일반고 학생’으로 입학한 신입생보다 세 배가량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같은 학교 시설을 공유하고, 같은 선생님에게 수업을 듣게 되기 때문이다.

내년에 재지정 평가를 받을 예정인 자사고와 외고, 과학고 등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서울지역 학교들이 유독 긴장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13개 평가 대상 학교 중 8곳을 무더기 탈락시키면서 자사고 폐지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내년에 평가를 받는 자사고는 9개다. 외고와 과학고 등 특목고 10개도 평가 대상이다.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 등 특성화중학교 3개도 평가를 받는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감은 “교육감들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내년 재지정 평가에서도 상당수 학교가 탈락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학교당 연간 30억원 추가 예산 소요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면서 학교에 투입되는 추가 예산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일반고가 되면 자사고 때 못 받던 재정결함보조금도 지원받는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일반고로 전환된 11개 자사고는 968억원의 재정결함보조금을 지원받았다. 재정결함보조금은 사립학교가 교직원 인건비와 법정부담금(사학연금과 건강보험부담금 등), 학교운영비를 입학금·수업료·법인전입금 등으로 충당하지 못할 때 교육청이 지원해주는 돈이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3년에 걸쳐 학년별로 이뤄지는데 일반고 전환이 완료되는 3년차 때 재정결함보조금 지원액을 보면 학교당 연간 3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42개 자사고 중 절반이 일반고로 전환되면 연간 750억원의 정부 지원이 필요한 셈이다.

자사고로 전환된 뒤 입학한 학생은 고교 무상교육 지원 대상에도 포함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따라 들어가는 정부 예산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희경 의원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기 위해 연간 1300억원이 넘는 정부 예산을 지원한다는 것은 심각한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