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을 둔 자영업자 수가 지난달 12만 명 넘게 줄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업원 없이 혼자 장사하는 ‘나홀로 자영업자’는 13만 명 이상 늘었다.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종업원을 내보내고 1인 영세 사업자로 전락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6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2만6000명 감소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2월(-28만1000명) 후 가장 많이 줄었다. 6월 기준으로는 1998년(-26만8000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감소폭이 컸다. 올 들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지난 3월 7만 명, 4월 7만 명, 5월 5만9000명씩 줄어들다가 지난달 그 수가 급증했다.

반면 지난달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3만1000명 늘었다. 2017년 2월(13만7000명) 후 가장 많이 증가했다. 6월 기준으로는 1999년(14만1000명) 이후 20년 만에 최대폭 증가다.

전문가들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줄고 1인 자영업자가 느는 것은 불황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감소했다는 것은 직원을 내보내고 사장 혼자 장사하거나 문을 닫았다는 의미”라며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시행 등으로 자영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2년째 급등하자 자영업자들 '종업원 정리'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는 ‘메르스 사태’ 여파로 내수가 급속히 위축됐던 2016년을 지나며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에는 2만4000명, 작년에는 4만3000명이 전년 대비 각각 늘었다. 반면 지난해 고용원 없는 ‘나홀로 자영업자’는 8만7000명 감소했다.

정부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늘고 1인 자영업자가 줄자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홍보했다. 종업원을 두지 않던 자영업자가 장사가 잘돼 종업원을 고용했다고 해석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증가하는 등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는 매달 감소했고, 1인 자영업자 수는 지난 1월을 제외하면 계속 늘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된 첫해인 작년에는 자영업자가 어느 정도 버티다가 2년째인 올해부터는 종업원을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감소폭이 전달에 비해 두 배 넘게 증가해 “자영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5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전년 동월에 비해 5만9000명 감소했지만 지난달에는 12만6000명 줄었다.

5월 1만8000명 증가했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지난달 13만1000명으로 열 배 이상 늘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10만 명 넘게 줄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10만 명 넘게 늘어난 것은 1999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