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유출로 정상적인 업무 수행 불가능해져"
메이 총리 "매우 애석"…노동당 대표 "훌륭하게 봉사해온 인물"
트럼프 대통령 압박에 킴 대럭 주미 영국대사 결국 사임
미국 정부를 깎아내리는 이메일 보고서를 본국에 전달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판에 직면한 킴 대럭 주미 영국대사가 결국 10일(현지시간) 사임의사를 밝혔다.

로이터 통신, 공영 BBC 방송에 따르면 영국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대럭 대사가 현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대럭 대사는 외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워싱턴 주재 영국) 대사관에서 보낸 공식 문서가 유출된 뒤로 내 자리와 대사 임기에 관한 여러 추측이 있었다"면서 "이같은 관측을 끝내고 싶다.

현재 상황은 내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대럭 대사는 자신의 임기가 비록 올해 말까지 예정돼 있지만 새 대사를 임명하도록 하는 것이 책임감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매우 힘든 며칠 동안 영국과 미국에서 지지를 보내준 이들에게 매우 감사하다"면서 "이는 영국과 미국 간 깊은 우정과 유대관계를 다시 느끼도록 해줬다"고 밝혔다.

사이먼 맥도널드 영국 외무부 사무차관은 "그는 품위와 전문성, 탁월함 등으로 매우 오랫동안 성공한 커리어를 이어왔다"면서 이번 이메일 유출이 "매우 악의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하원 '총리 질의응답'(Prime Minister's Questions·PMQ)에 참석한 자리에서 대럭 대사가 사임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에 대해 "매우 애석하다"며 "그는 영국에 평생을 바쳐 공헌해왔다.

영국은 그에게 매우 큰 신세를 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각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럭 대사에 계속해서 전폭적인 지지를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제1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그에 대한 발언들은 불공정하고 잘못된 수준을 넘어섰다"면서 "그가 훌륭히 나라를 위해 봉사한 것에 대해 우리는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차기 영국 총리 유력후보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그는 매우 탁월한 외교관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이번 이메일 보고서 유출에 관여한 자는 관료 조직에 매우 심각한 위해를 가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관료의 경력과 장래를 정치 어젠다에 끌어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총리 후보인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은 터무니없는 유출로 인해 대럭 대사가 사임에 이르게 돼 매우 유감스럽다며, 이같은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됐다고 강조했다.

1954년생인 대럭 대사는 더럼 대학을 졸업한 뒤 42년간 직업 외교관으로서 경력을 쌓아왔다.

2007년 영국의 유럽연합(EU) 상주대표를 맡았고, 2012∼2015년 총리의 국가안보자문역을 맡는 등 국가안보와 EU 정책 전문가로 인정받아왔다.

워싱턴 주재 영국대사직에는 2016년 1월 취임했다.

앞서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 6일 대럭 대사가 2017년부터 최근까지 본국 외무부에 보낸 이메일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대럭 대사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서툴다", "무능하다", "불안정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 압박에 킴 대럭 주미 영국대사 결국 사임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럭 대사를 "더이상 상대하지 않겠다"며 사실상의 사임을 요구한 데 이어, 지난 9일에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영국이 미국에 떠맡긴 이상한(wacky) 대사는, 우리를 황홀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매우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대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만찬 행사 초청을 전격 취소한 데 이어 당초 9일 예정됐던 영국과 미국 간 무역 협상마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미뤄지자 결국 사임을 결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