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저축은행’이라는 틀을 뛰어넘고, 디지털 전환이라는 단어조차 필요없게 혁신해야 합니다.”

김대웅 웰컴저축은행 대표는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점 중심의 영업형태, 대출이 전부인 자산 구성, 고연령자만 이용한다는 저축은행에 대한 인식을 뛰어넘는 게 디지털 전환의 시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M&A) 전문가인 김 대표는 손종주 웰컴금융그룹 회장과의 인연으로 그룹에 합류해 2014년 예신저축은행(옛 신라저축은행)과 해솔저축은행(옛 부산솔로몬저축은행) 인수를 총괄했다. 웰컴저축은행 전무이사를 거쳐 2017년 4월 손 회장에 이어 대표에 올랐다. 저축은행 최초의 풀 뱅킹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웰컴디지털뱅킹(웰뱅)을 내놔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김 대표는 “디지털 전환은 잘 만든 플랫폼을 내놓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며 “조직문화, 업무 프로세스, 상품 및 기술, 고객 마케팅 등 모든 것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엔 회사 구성원 모두가 디지털을 공기처럼 여기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후 2년이 지났다.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전략과 성과는.

“회사 체질을 디지털 중심으로 바꾸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 성장은 따라온다고 여겼다. 대표에 올랐던 당시 1조8000억원대 자산은 지난 6월 말 2조6000억원대로 불었다. 직원 수는 출범 당시인 2014년 200여 명에서 700명대가 됐다. 외형 성장만이 아니라 단단함을 갖춘 회사가 됐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과거 저축은행의 ‘틀’이란.

“고객이 저축은행에 대해 가진 뿌리깊은 인식이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주는 곳’ ‘예금자보호한도인 5000만원만 예금해야 안전한 곳’이라는 생각이 대표적이다.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인 ‘라이선스업(業)’을 한다는 편견도 있다. 이런 인식의 틀을 뛰어넘는 게 최우선 목표다.”

▷디지털 전환의 의미는.

“손 회장은 저축은행 출범 이후 줄곧 디지털화를 강조했다. 업무 프로세스, 고객 응대, 상품 등 전 부문의 변화를 포괄한다. 많은 시도를 해왔다. 지금은 머신러닝이 일반화했지만, 우리는 2015년 일찌감치 신용평가시스템(CSS)에 머신러닝을 도입했다. 전 금융권을 통틀어 손꼽힐 만큼 빨랐다.”

▷직원의 역량이 중요할 텐데.

“인력과 조직의 디지털화도 중요하다. 전문 인력을 대폭 뽑았지만, 모든 직원을 외부에서 충원할 순 없다. 직원 전체의 역량을 끌어올려야 했다. 매달 두 번 전 직원이 모이는 ‘공부하는 금요일’을 만들었고 수준별 디지털 교육을 도입했다. 초급, 중급, 심화 과정으로 나눴다. 직원 일부는 핀테크 경영학석사(MBA)를 이수토록 하고, 컴퓨터 언어를 공부시켰다. 디지털 성과는 개인과 조직의 역량이 무르익어야 나온다고 판단했다.”

▷웰뱅은 저축은행을 대표하는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직원들의 공로다. 고객 입장에서 모든 서비스를 구축한 게 효과를 발휘했다. 안전성과 편리함은 기본이고, 불편함이 하나라도 있으면 안 된다고 여겼다. 한 차례 공개 시점을 늦추기도 했다. 교통카드 연계, 편의점 결제, 무료 신용조회 및 사업자 매출조회 서비스 등이 고객 중심 사고의 결과물이다. 웰뱅이 제공하는 대부분의 서비스는 무료다. 횟수 제한이 있는 핀테크 앱이나 조건이 있는 은행권 앱과는 달리 웰뱅에선 조건 없이 무료로 무제한 이체가 가능하다.”

▷무료화 서비스는 수익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텐데.

“인식 틀을 깨기 위해서 비용을 들여서라도 고객에게 경험을 줘야 했다. 이체, 조회 등 자주 쓰면서도 꼭 필요한 서비스를 무료로 풀어 접점을 늘리는 게 첫 번째다. 고객이 플랫폼을 통해 웰컴 브랜드를 알고, 더 많은 상품을 쓰게 하는 선순환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웰뱅에는 어떤 기능이 더 들어갈 예정인가.

“개선 프로젝트와 장기 업그레이드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외환송금서비스를 앱 기반으로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개선 프로젝트는 앱의 개인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각종 핀테크 업체와의 제휴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디지털 혁신의 다른 결과물은.

“W브랜치가 대표적이다. 태블릿으로 고객 응대를 하는 아웃도어세일즈시스템(ODS)으로 이미 보험판매 등 다른 권역에선 일반화했다. 저축은행으로선 유일하게 2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자영업자를 방문하거나, 노인 고객을 응대할 때 대면성을 강화할 수 있다. 체크카드 발급, 대출상품 설명 및 가입에 필요한 서류 작업을 할 수 있다. 여·수신을 통합으로 관리할 수 있어 ‘1인 지점’이자 ‘이동식 점포’라고 부를 만하다.”

▷저축은행으로선 드물게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새로움을 받아들이려는 의도다. 액셀러레이팅을 하고 투자도 한다. 온·오프라인 연계(O2O) 업체에 주로 관심을 가졌고, 최근엔 핀테크 업체를 눈여겨보고 있다. 열정을 갖춘 스타트업을 보면서 큰 자극을 받는다. 스타트업이 준비 중인 서비스를 웰뱅에 넣어 고객 반응을 통해 가능성을 타진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직원들 분위기도 기존 저축은행과 다른 것 같은데.

“실패를 책망하지 않고, 도전 의지를 북돋운다는 점에서 다르다. 창의적 제안을 하거나 업무 프로세스를 개발한 사람을 포상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이달의 아이디어 상, 분기별 스마트 혁신상을 시상하고, 매년 비즈니스 모델 경진대회를 열어 포상한다. 채택된 아이디어는 실제 업무에 적용한다. 이미 분사해 자리잡은 전자결제서비스(PG) 사업(웰컴페이먼츠), 렌털업(웰릭스렌탈)이 그 예다.”

▷정규직 비중이 높은 것도 특징인데.

“카페 관리직과 청원 경찰직 등 일부 특수직이외엔 전원을 정규직으로 두고 있다. 본사 직원 중에선 지점에서 추심 업무를 하거나 고객 상담을 하던 직원도 있다. 주인의식을 가진 자와 아닌 자는 성과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저축은행과 개인 간(P2P) 금융업체, 캐피털사, 카드사와의 업권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중금리 대출을 다룬다는 점에선 비슷하지만, 저축은행은 과거 부실 사태를 겪어 규제를 안고 경쟁해야 한다. 이기는 방법은 결국 누가 더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는가다. 단기 이익을 추구해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

▷회사가 나아갈 방향은.

“웰뱅을 최고의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만드는 게 우선이다. 개인 신용대출의 비중이 높은 편인데, 기업금융 및 부동산 대출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최근 외부 환경이 악화하면서 리스크관리도 더욱 중요해졌다. 경기 변동에 견딜 수 있는 안정성을 갖추기 위해 조직과 인력 구성에 더욱 신경쓰겠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