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진에 채권형 펀드 인기 … 10조9440억 몰려
국내 증시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시중 자금이 채권형 펀드로 몰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9일까지 채권형 펀드에 들어온 돈은 국내 펀드가 8조8986억원, 해외 펀드가 2조454억원이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최근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커진 게 채권형 펀드의 인기를 높였다고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손실을 많이 봐 투자심리가 매우 위축됐다”며 “반도체와 바이오 업종에서 부정적인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것도 악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세계 주요국이 잇따라 금리인하에 나선 게 채권형 펀드로 자금 유입을 가속화하는 원인이 됐다”며 “금리가 떨어지면 투자자는 액면이자에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채권형 펀드는 수익률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 같은 자금흐름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 들어 국내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지난 9일 기준)은 평균 1.77%였다. 해외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같은 기간 7.31%에 달했다.

증시 불안으로 주식형 펀드에서는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자금이 빠지고 있다. 이 기간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은 국내 펀드가 1조6186억원, 해외 펀드가 1조7040억원이었다.

다만 올해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좋아 해외 펀드의 경우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해외 주식형 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 수익률은 19.25%였다. 특히 신흥 유럽 주식형 펀드는 평균 수익률이 26.48%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는 신흥국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권희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가 하락하고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해 신흥국의 금융환경과 투자 여건이 좋아지고 있다”며 “신흥국들의 금리 결정 부담이 낮아져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글로벌 증시를 좌우할 주요 변수인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서는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