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프랑스 디지털세 관세보복 추진…美·EU 무역관계 더 악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미국과 유럽의 무역 갈등의 골이 보다 깊어질 전망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프랑스가 도입하려는 IT기업에 대한 디지털세(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렇지 않아도 긴장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통상관계는 이번 조치에 따라 한층 더 악화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의 디지털세 법안은 다국적 IT기업들이 프랑스 이용자들에게 특정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올린 매출의 일부를 징수하도록 한다. 그 때문에 구글, 페이스북처럼 'IT 공룡'으로 불리는 미국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관측돼왔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성명에서 "미국은 내일 프랑스 상원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세가 미국 기업들을 불공정하게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이 규제의 영향을 조사하고 디지털세가 차별적이거나 부당한지, 미국 상업에 부담을 주거나 제한하는지 판단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연수익이 7억5000만 유로(약 9941억 원) 이상이면서 프랑스 내에서 2500만 유로(331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IT 기업들에 한해 이들이 프랑스 내에서 벌어들인 연간 총매출의 3%를 디지털세로 부과할 방침이다.
프랑스 하원은 지난주 디지털세 법안을 가결했으며 상원에서는 11일 표결에 나선다.
현지 언론들은 디지털세 부과 대상 기업에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미국 기업을 포함해 중국, 독일, 스페인, 영국, 프랑스의 IT 기업 등 약 30개가 포함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번 조사의 근거가 되는 무역법 301조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술 도둑질'로 규정된 중국의 불공정관행을 문제 삼아 관세폭탄을 투하하는 무역전쟁을 촉발할 때 적용한 것과 같은 연방 법률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심각한 통상마찰을 겪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정부는 유럽 항공사인 에어버스의 보조금 지급을 문제로 삼아 대규모 EU 공산품과 농산물에 고율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도 무역법 301조가 근거로 작동했다.
그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유럽산 자동차의 수입을 미국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자동차와 그 부품에 대한 고율관세를 검토하고 있기도 하다.
안보 동맹인 미국과 EU는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알루미늄 관세를 둘러싸고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무역마찰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디지털세에 대한 이번 USTR의 조사 때문에 향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협상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EU와 양자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세는 USTR이 주요 EU와의 협상에서 주요 해결과제로 삼아 의회에 보고한 의제 가운데 하나였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