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나 부실수사한 경찰, 검찰에 넘겨져…정작 돈 받고 눈감아 준 사람은 따로 있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사진=연합뉴스](https://img.hankyung.com/photo/201907/02.19392702.1.jpg)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1일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박모 경위(47)에게 직무유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수수),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고 밝혔다. 박 경위에게 3500만원 뇌물을 준 용역업체 대표 류모씨(46)와 박모씨(37)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함께 검찰에 넘겨졌다.
박 경위는 2015년 서울 종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서 근무할 당시 황씨 등 7명의 마약류관리법 사건을 맡고도 신병구속과 현장조사 등 실질적인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황씨를 불기소 의견(무혐의)으로 송치한 혐의를 받는다. 황씨는 2015년 11월 대학생 조모씨에게 필로폰 0.5g을 건네고 함께 투약한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황 씨를 비롯해 조 씨와 연루된 7명의 마약범 중 5명을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수사결과 박 경위는 평소 뒤를 봐주던 용역업체 대표 박 씨로부터 뇌물을 받고 황 씨와 관련된 사건 수사를 맡은 것으로 밝혀졌다. 박 씨는 2015년 자신의 연인인 A씨가 조모씨로부터 마약을 건네받았다는 사실을 털어놓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박 경위에게 수사를 맡아달라며 500만원의 뇌물을 건넸다. 황 씨에 대한 마약 관련 수사도 이들의 제보에 의해 시작됐다.
박 경위는 수사를 맡은 후 A씨가 마약을 소지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해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이 과정에서 황 씨 등 나머지 6명에 대해서도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이 넘겨져 수사가 부실해졌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가 연인이 마약에 손을 대지 못하게 조 씨를 처벌하되 연인은 선처해달라고 수사를 청탁했다”며 “마약 수사는 형사과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나 박 경위는 상부에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인 황 씨가 연루돼 지능범죄팀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박 경위는 박씨와 류씨의 사업을 도와준 대가로 3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박 경위는 2015년 2월 박씨와 류씨의 용역업체 직원들이 서울 청담동의 한 빌딩에서 명도집행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상부에 ‘조직폭력배들이 채권자의 건물을 점령했다’는 보고를 올려 경찰력을 투입하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 경위는 대가로 1, 2월에 걸쳐 1000만원과 2000만원을 받았다.
이 밖에도 경찰은 박 경위에게 2017년 자신이 다른 사건으로 구속한 B씨에게 친분이 있는 변호사를 소개하는 등 변호사법을 위반한 혐의도 함께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변호사법은 경찰이 직무상 관련된 사건에서 변호사를 소개해주는 행위를 금지한다.
경찰은 이같은 정황을 근거로 지난달 말부터 두 차례에 걸쳐 박 경위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박 경위가 받은 돈을 ‘빌린 돈’이라고 주장하고 직무대가성에 대해서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 청구를 반려했다. 함께 구속영장을 신청한 류 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 청구를 반려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