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미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릴 방법을 찾아볼 것을 측근들에게 주문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과 유럽연합(EU)을 겨냥해 ‘환율조작’ 의혹을 제기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동은 ‘이율배반’이란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달러화 강세가 자신의 경제적 아젠다에 위협이라고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화 강세가 재선에 필요한 ‘경제 호황’을 둔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트윗을 통해 “중국과 유럽은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대규모 환율조작 게임을 하고 있고 그들의 (통화)시스템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응수하지 않으면 공손하게 앉아서 그들의 게임을 계속 지켜보는 멍청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추가 경기부양책을 시사했을 땐 “달러화 대비 유로화(가치)를 즉각적으로 떨어뜨려 불공평하게 미국과의 경쟁을 더 쉽게 하려는 것”이라며 “그들(유럽)은 중국,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수년간 교묘하게 이런 식으로 해왔다”고 지적했다.

반면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달러화 약세를 위한 어떤 개입에도 반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인위적인 환율조작 논란을 피해가면서 미 달러화 가치 하락을 유도할 수 있는 수단도 있다.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대표적이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보통 해당국 통화 가치는 하락한다. 미국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고 미국의 경기 하강 우려를 잠재울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Fed 의장에게 기준금리를 인하하라고 계속 압박하고 있다. 아예 ‘1%포인트 금리 인하’라는 구체적인 인하 폭까지 제시한 적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Fed 이사 후보로 지명한 주디 셸턴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회 미국 대표 및 크리스토퍼 월러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부총재와 인터뷰하면서 미 달러화에 대해 질문했다고 보도했다.

월러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Fed는 기준금리를 정할 때 달러화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뷰에 배석한 커들로 위원장은 달러화 가치에 대한 모니터링은 재무부 소관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