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보복에도…반도체株 쓸어담는 외국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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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가 감산 불러 반도체값 반등할 것"…저가매수 나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달 초부터 8300억 순매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달 초부터 8300억 순매수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를 쓸어담고 있다. 일본의 핵심 소재 수출 규제로 반도체산업에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움직임이다. 외국인 매수 덕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는 사흘째 오름세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오히려 반도체 감산으로 이어져 ‘전화위복’이 될 것으로 보고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란 게 증권가 일각의 분석이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반도체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해 반등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
SK하이닉스는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600원(3.57%) 오른 7만55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도 1.43% 올랐다. 최근 3일간 SK하이닉스는 12.02%, 삼성전자는 4.54% 급등했다. 지난 1일 일본 언론을 통해 경제 보복 소식이 알려진 뒤 반도체 업황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외국인은 오히려 강하게 매수했다.
외국인은 일본의 보복 움직임이 본격화된 이달 초부터 삼성전자를 5868억원, SK하이닉스를 248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 전체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7083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반도체에 ‘올인’한 셈이다. 이 덕분에 SK하이닉스 주가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이전을 넘어 지난 5월 중순 수준을 회복했다.
주가 강세 배경에는 반도체 가격 반등 기대가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감산을 검토하면서 공급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 투자심리가 회복됐다는 분석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반도체 재료 수출 규제가 메모리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일본의 규제가 국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끼치는 영향과 관계없이 수요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자극해 일단 재고를 늘리는 방향으로 구매 전략을 바꾸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준혁 KTB자산운용 매니저는 “일본의 보복 이전에도 반도체 가격 반등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다”며 “국내 업체들 입장에선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준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날 대만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에서는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가격을 10%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적극적인 감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 15일 일본 도시바 공장의 정전 사태도 낸드 값에 영향을 미쳤다. 중앙처리장치(CPU) 업체인 인텔과 AMD가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서면서 PC 시장의 수요가 살아난 것도 D램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 연구원은 “D램 현물 가격이 1년7개월 만에 반등했다”며 “낸드플래시 수급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이르면 4분기부터 SK하이닉스의 실적이 턴어라운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요 회복은 아직”…신중론도
미국 시장에서는 반도체 관련주의 상승세가 더욱 가파르다. 최근 한 달 새 마이크론은 26.21%, 웨스턴디지털은 40.69% 급등했다. 정성한 신한BNP자산운용 주식운용실장은 “국내 반도체주들이 뒤늦게 키 맞추기에 나선 측면도 있다”며 “아직 반도체 경기 반등을 확신할 수 없지만 최소한 바닥은 찍었다는 심리가 수급에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값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탈 수 있을지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고재욱 맥쿼리투신운용 주식운용2팀장은 “최근 반도체 값 반등은 모바일 시장과 데이터센터 수요 회복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공급 축소에 기반한 영향이 크다”며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면 단기 상승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되면 결국 국내 반도체산업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움직임이 한국의 비메모리 반도체산업 육성을 견제하는 전략적 규제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면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SK하이닉스는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600원(3.57%) 오른 7만55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도 1.43% 올랐다. 최근 3일간 SK하이닉스는 12.02%, 삼성전자는 4.54% 급등했다. 지난 1일 일본 언론을 통해 경제 보복 소식이 알려진 뒤 반도체 업황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외국인은 오히려 강하게 매수했다.
외국인은 일본의 보복 움직임이 본격화된 이달 초부터 삼성전자를 5868억원, SK하이닉스를 248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 전체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7083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반도체에 ‘올인’한 셈이다. 이 덕분에 SK하이닉스 주가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이전을 넘어 지난 5월 중순 수준을 회복했다.
주가 강세 배경에는 반도체 가격 반등 기대가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감산을 검토하면서 공급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 투자심리가 회복됐다는 분석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반도체 재료 수출 규제가 메모리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일본의 규제가 국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끼치는 영향과 관계없이 수요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자극해 일단 재고를 늘리는 방향으로 구매 전략을 바꾸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준혁 KTB자산운용 매니저는 “일본의 보복 이전에도 반도체 가격 반등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다”며 “국내 업체들 입장에선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준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날 대만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에서는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가격을 10%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적극적인 감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 15일 일본 도시바 공장의 정전 사태도 낸드 값에 영향을 미쳤다. 중앙처리장치(CPU) 업체인 인텔과 AMD가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서면서 PC 시장의 수요가 살아난 것도 D램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 연구원은 “D램 현물 가격이 1년7개월 만에 반등했다”며 “낸드플래시 수급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이르면 4분기부터 SK하이닉스의 실적이 턴어라운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요 회복은 아직”…신중론도
미국 시장에서는 반도체 관련주의 상승세가 더욱 가파르다. 최근 한 달 새 마이크론은 26.21%, 웨스턴디지털은 40.69% 급등했다. 정성한 신한BNP자산운용 주식운용실장은 “국내 반도체주들이 뒤늦게 키 맞추기에 나선 측면도 있다”며 “아직 반도체 경기 반등을 확신할 수 없지만 최소한 바닥은 찍었다는 심리가 수급에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값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탈 수 있을지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고재욱 맥쿼리투신운용 주식운용2팀장은 “최근 반도체 값 반등은 모바일 시장과 데이터센터 수요 회복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공급 축소에 기반한 영향이 크다”며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면 단기 상승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되면 결국 국내 반도체산업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움직임이 한국의 비메모리 반도체산업 육성을 견제하는 전략적 규제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면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