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 취업자 수는 작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15개월째 감소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장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6만6000명 줄었다. 2017년 6월부터 작년 3월까지 10개월 동안 증가세였던 제조업 일자리는 작년 4월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15개월째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정부와 청와대는 자동차·조선업 등이 구조조정에 들어간 게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고용을 떠받치고 있던 제조업 부문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그 부문에 취업해 있던 분들이 상당히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 것도 국내 제조업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롯데케미칼 등이 통상 마찰을 피하기 위해 미국 공장 신·증설을 발표했거나 추진 중”이라며 “올해 1분기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45% 늘었다”고 설명했다.

공장 자동화도 제조업 일자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많다. 영국의 연구·컨설팅업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2030년까지 2000만 개 일자리를 로봇이 대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업체는 평균적으로 산업용 로봇 한 대가 일자리 1.6개를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 공장은 문재인 정부의 8대 혁신성장 선도사업 중 하나다. 정부는 2022년까지 중소·중견기업에 스마트 공장 3만 개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조조정, 보호무역, 자동화 등으로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그 속도를 더 빠르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각종 규제가 국내 제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공장의 탈(脫)한국과 자동화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지난해 발표된 영국 런던정경대(LSE)와 미국 UC어바인의 공동 연구결과를 보면 최저임금이 10% 상승하는 동안 일자리가 100개 없어졌다면 그중 31개는 최저임금 영향 때문에 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았다면 69개 일자리만 없어졌을 텐데, 최저임금 인상이 자동화를 가속화해 추가적으로 31개 일자리를 사라지게 했다는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의 국내 투자가 이뤄져야 고용이 증가하는데 정부가 기업을 적대시하는 듯한 각종 정책을 내놓으니 투자가 늘지 않고 있다”며 “노무현 정부 때는 미국과, 이명박 정부 때는 중국과 각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는 등 제조업의 시장개척을 정부가 도왔는데 현 정부 들어서는 이 같은 정책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