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1일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을 미국에 급파하고 대미(對美) 여론전에 들어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전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일본 경제 보복의 부당성과 경제·안보 측면의 위험성을 적극 피력했다. 한·일 경제분쟁 해소를 위해 미국을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에 본격 착수한 모습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김 차장의 미국 파견과 관련,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가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수급 불안을 야기해 미국 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알리면서 동북아시아 한·미·일 안보체제를 훼손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워싱턴DC에 도착한 김 차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이슈와 미·북 실무협상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장은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등 행정부와 의회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앞서 강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과의 통화에서 “일본의 무역제한 조치가 미국 기업과 한·미·일 3국 협력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해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청와대는 일본이 경제 보복의 명분으로 전략물자의 북한 유출까지 거론하는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음달 연장시한이 다가오는 한·일 군사정보협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